서울 강남 초등생 과외 붐…스스로 탐구-표현-질문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57분


“우리 아이는 요즘 철학을 배워요.”

요즘 서울 강남의 초등학생들 중에선 학원에서 ‘철학’수업을 받는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철학을 어떻게 공부한다는 것인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사설학원인 ‘영재스쿨’을 찾았다.

이곳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은 1주일에 한번씩 철학수업 50분, 과학수업 50분을 받는다. 수강료는 철학 과학 합쳐 3개월에 44만원. 강사 도정은씨는 “철학이라고 해서 소크라테스의 철학 같은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일 오후 초등학교 1학년생들의 철학 수업. 남녀어린이 4명이 ‘변화’라는 개념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우선 자기가 어렸을 때의 모습에 비해 변화한 것을 쓰고 풍선을 불어보면서 풍선의 크기 변화를 살폈다. 그밖의 여러 가지 예를 통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변화와 점점 커지거나 작아지는 변화에 대해 익혔다. 특정한 변화가 계속된다면 다음 상황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예측하는 문제들을 풀어보기도 했다.

▼스스로 탐구-표현-질문▼

아이들에게 복사해 나눠주는 교재는 주로 ‘오디세이’란 책에서 따온 것.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록 짜여져있는 책 ‘지혜의 왕 솔로몬과 한판승부’도 중간중간 섞어서 한다.

‘오디세이’는 미국 하버드대 사고력개발연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에서 9권으로 펴낸 책.

1, 2권에서 분류 유비추론 등의 기본개념에 대해 배우고 3, 4권에서 낱말 단락과 글의 짜임, 의미 등에 배운다. 9권까지 마치면 문제해결법 의사결정법 등과 여러 정보를 분석해 창의적인 결론을 내리는 법까지 익히게 된다. 이 학원에서는 1주일에 한 단원씩 진도를 나가 3개월 정도에 한 권씩 끝낸다.

두 책 모두 사고력개발을 위한 책으로 아이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게 돼있다. 단 여럿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므로 친구들과 같이 모여 문제를 풀도록 하는 게 좋다. 또 책에 적혀있는 답은 미리 보지 않도록 한다.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그 답 외에 다른 답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문제풀며 생각의 폭 넓혀▼

도씨는 “사고력개발은 암기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방적인 설명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표현하고 질문하면서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윤경은기자> 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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