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혜선 2집앨범 「사랑의 인사」

  • 입력 1999년 9월 29일 18시 40분


피아니스트 백혜선(서울대 교수·34)은 뚜렷한 개성으로 팬들의 머릿 속에 각인된 연주자다. 깊이감, 큰 스케일, 강한 건반 두드림 등 무게있고 신중한 개성은 그를 동시대의 연주자들과 확연히 구분짓는다.

박혜선이 EMI사에서 두번째 앨범 ‘사랑의 인사’를 내놓았다. 첫장의 솔로곡음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어울리는 실내악음반 등 두장으로 구성됐다.

먼저 슈베르트 즉흥곡집 작품90중 3번. 낮은 음역에서 나지막히 흐르는 깊은 내면의 작품이다. 호흡이 길면서도 물결 위에 나타나는 햇살의 반짝임처럼 투명한 음색이 솟아오른다.

이경선의 바이올린, 최은식의 비올라, 김이선의 첼로가 어울리는 실내악 음반쪽으로 손길을 옮겨본다. 첫곡인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백혜선이 4중주로 편곡했다.

‘데뷔’ 앨범에서 라벨의 ‘라 발스’가 가진 화려한 색감을 남김없이 88개의 건반에 펼쳤던 그의 편곡실력이 되살아 난다. 화창함 속에 엷은 우수가 담겨있다. 선율이 과도하게 각 파트로 옮겨다니지 않으면서도 친밀한 대화가 이어진다. 윤곽이 분명한 이경선의 바이올린 선율도 매력적.

노바체크가 편곡한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이 음반의 ‘별미’ 중 하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제임스 골웨이가 연주했던 무드음악풍 ‘아침이슬’ 보다는 낫지만 원곡이 가진 뜨거운느낌은살아나지않는다.

새 음반에는 첫음반 ‘데뷔’에서 라벨의 ‘라 발스’가 현란하게 매듭지어지는 순간처럼 기립박수를 치고싶은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쏠쏠한 잔재미는 더 많다.

음반발매와 함께 그는 순회콘서트에 나선다. 순회공연에서는 양성원이 첼로를 맡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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