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하인리히 뵐 作「창백한 개」

  • 입력 1999년 8월 27일 17시 05분


▼'창백한 개' 하인리히 뵐 지음/정인모 옮김/작가정신 펴냄/228쪽 7000원▼

이 책은 하인리히 뵐의 유고중 11편을 선정하여 엮은 단편집이다. 이들 단편은 '불사르는 사람들' 을 제외하고는 모두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뵐이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귀향한 후 1946년부터 1951년까지 씌어진 전후 작품에 속한다.

뵐이 18,19세 때부터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는 막연한 언급이 있어왔을 뿐, 그는 전후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유작집 '창백한 개'를 통해 전쟁 이전에 쓴 작품 '불사르는 사람들' 이 발표되면서 세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그동안 뵐을 전후작가로 인식했던 통념을 뒤집는 구체적인 물증이었기 때문이다.

유작집 '창백한 개'에 실린 11편의 작품을 통해 본 그 당시 뵐의 글쓰기 특징은 주제들을 난해한 문장으로 포장하지 않고, 단어들을 돌려 사용하거나 문학적 형식을 적용하기보다는 감정과 격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과 전후의 참혹한 현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들은 오랫동안 세상에 알려질 수 없었다. 전쟁 직후, 전쟁의 상흔을 되새기고 싶어하지 않던 그 당시 독일의 시대상 때문이었다. 그래서 50여년이 지난 후에야 우리는 이 작품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작품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이다.

이책의 지은이 뵐은 독일 전후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다.

강미례<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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