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춤제전「정보통신…」, 내달4일 문예회관서 열려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8분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땅이 뚫렸다.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생겨난 몸짓과 춤….

곧 언어가 나타나고(첫날, 자연 인간 그리고 춤) 초원과 바다의 실크로드는 동서양의 정보를 하나로 이어준다.(둘째날, 말을 잇다)

정복전쟁과 환경오염은 진정한 의사소통의 필요를 보여주고 (셋째날, 말이 겉돌다) 사이버 공간에서 새시대의 실크로드가 열리면서 인간은 상생(相生) 존중의 길을 찾아 순례에 나선다.(마지막날, 다함께 나눌 말을 찾아서)

인류가 생긴 이래 동서양을 이어온 ‘정보의 역사’가 춤으로 꾸며진다.

다음달 4일부터 7일까지 나흘동안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민족춤제전 ‘정보통신, 세기말 실크로드’. 94년 처음 열린 이 춤잔치의 여섯번째 무대다.

민족춤제전은 해마다 주최자가 일관된 주제를 제시하고, 참가단체가 이에 맞춰 작품을 만드는 독특한 방식의 무용제전. 97, 98년 두해동안은 ‘여성성과 모성’을 주제로 내걸며 페미니즘 무용의 가능성을 열었다.

올해는 나흘동안 기 승 전 결의 일정한 줄거리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무대’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6월 정보문화의 달에 맞춰 정보문명과 새 밀레니엄에 대한 시각을 무용언어로 풀어보려 했습니다. 춤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관객은 춤이나 몸짓 자체가 ‘정보전달’에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라는 점을 느끼게 되죠.” 행사를 주최한 김채현(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의 설명.

춤패 배김새, 트러스트 현대무용단, 뉴웨이브 무용단, 웃는돌 무용단 등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망라한 20개의 무용단이 참가한다.

최동호의 굿, ‘거리춤 힙합그룹’도 가세해 동서 고금을 망라하는 다양한 춤사위를 선보일 예정.

앞으로 10년동안의 주제도 이미 마련했다.

새 밀레니엄의 첫해인 내년은 ‘밀레니엄, 유토피아/디스토피아’, 2001년 ‘분단 2세기’등의 주제를 내걸어 재능있는 춤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무용평론가 김경애(댄스매거진 편집장)는 “민족춤제전은 작가정신이 부족했던 무용계에 ‘주제의식의 부각’이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한 주제를 놓고 여러 단체가 다양한 관점에서 만든 춤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5일에는 부산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9월 17∼18일에는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하일라이트 무대를 갖는다. 전공연 오후7시반. 02―362―6208(민족춤위원회)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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