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행정이 사람잡는다』…영아 백신주사맞아 또 혼수

  • 입력 1998년 7월 10일 19시 11분


5,6월 예방주사를 맞은 뒤 영아가 잇달아 사망한데 이어 7일에도 같은 회사의 동일 제품인 백신주사를 맞은 생후 2개월된 영아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세차례나 문제가 된 녹십자 제품 백신의 접종을 중단토록 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녹십자가 제조한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예방백신(DTaP·제조번호 1420005)과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OPV·0091035)을 맞은 유모군이 9일 오후 2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혼수상태다.

유군은 백신주사를 맞은 뒤 아무런 특이현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9일 오후1시경 보호자가 엎드려 재웠고 발견 당시에는 코를 바닥에 대고 엎어져 있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전국의 병의원과 보건소에 유군이 접종한 2종의 백신과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에 대해 예방접종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고 문제의 백신이 규격기준에 맞는지 여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조사 의뢰했다.

복지부 전병률(全柄律)방역과장은 “접종 후 보채고 열이 나거나 구토증상을 보이는 등의 현상이 없었으며 접종한지 한참 후에 혼수상태에 빠진 점으로 미뤄 유군의 상태는 예방접종과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뒤 “그러나 백신접종과 관련한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생후 2개월된 정모양이 숨지기 전 맞아 접종이 중단된 백신은 △녹십자의 DTaP(제조번호 1421009) △녹십자의 OPV(0091041) △동신제약의 뇌수막염 백신 히브디터(453―990) 등 3종이다.5월 창원시 백신사고 때는 녹십자사의 제조번호 1421008인 DTaP의 접종이 일시 중단됐으나 조사결과 영아의 사망이 백신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달 말부터 접종이 재개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DTaP 예방백신 접종으로 사망할 확률은 1백만명 중 1명꼴이며 이로 인한 사망 사례는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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