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오빠」조용필,13∼14일 올림픽공원서 콘서트

  •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47분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일본으로 밀항할까, 아니면 죽어버릴까.”

가수 조용필(48).

77년 대마초사건이 터지자 그는 3년7개월간 생명이나 다름없는 음악을 잃었다. 생계를 위해 업소에서 몰래 연주를 하고 들어온 다음 쓴 소주를 들이키면서 인생을 배웠다.

“이제나 저제나 한 게 3년이 넘어갔어요. 그때 팬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정말 음악을 열심히 했습니다. ‘창밖의 여자’ ‘촛불’ ‘단발머리’ 등 80년대 히트곡이 바로 무대 뒤켠에서 피를 토하던 그 시절의 산물이었죠.”

그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13,14일 오후 7시반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기념 콘서트(02―368―1515)를 마련한다.

한때 좌절이 있었고 그래서 더욱 꺼지지 않는 신화로 남아 있는 그가 팬들과의 행복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30년이야 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고…. 3만명이나 입장할 수 있는 야외공연이라 처음 오는 팬들이 많을 것 같아요.”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 무대의 성격에는 담담하다. 오히려 처음 보는 팬들과의 만남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슈퍼스타답지 않게 데뷔무대를 준비하는 듯한 이같은 진지함이 바로 ‘30년 스타’의 비결이 아닐까.

“인기와 돈이라는 ‘손익 계산서’를 뒤적거렸다면 힘들어 벌써 포기했을 거예요.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주변의 ‘음악적 쇼크’를 계속 흡수하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용기’가 나를 이끌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랬다. 출세작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시작으로 ‘창밖의 여자’ ‘허공’ ‘꿈’ ‘Q’ ‘한오백년’에서 지난해 ‘바람의 노래’까지 그의 수많은 히트곡을 통해 가요사는 다시 기록됐다.

트롯 중심의 가요에 록을 접목했고 가요를 10대부터 모든 세대가 듣는 음악으로 만들었다. 물론 팬들은 ‘국민가수’ ‘오빠부대의 원조’ ‘최초의 밀리언셀러 가수’ ‘데뷔 25년만에 앨범 1천만장 돌파’ 등 영예로운 훈장을 그에게 선사했다.

경동중 2학년때 동창인 안성기(영화배우)의 어깨 너머로 기타를 배운 뒤 음악을 뺀 그의 인생은 있을 수 없었다.

“‘딴따라’는 절대 안된다는 부모님의 말에 세번이나 자살소동을 벌였고 가출한지 7년만에 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음악이 좋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번 주말 이제 30,40대 엄마가 돼 버린 영원한 ‘오빠부대’와 꺼지지 않는 신화의 행복한 재회가 이루어질 것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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