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의 경관부부,실직아빠와 헤어진 4살딸 양육 다짐

입력 1998-05-08 19:47수정 2009-09-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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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아버지입니다. 제 딸이 잘 자라도록 꼭 부탁드립니다.”

“제 자식삼아 잘 기르겠습니다. 언제든지 사정이 좋아지면 연락하세요. 바로 예림이를 돌려드리겠습니다.”

8일 오후 2시 경기도립남부아동일시보호소. 분홍색 토끼인형을 꼭 안은 채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한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어른 3명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동아일보 5일자 23면에 소개된 예림양(4)가족의 애타는 사연을 읽은 경기 용인경찰서 동부파출소 안영길(安永吉·39)경장 부부는 예림이를 맡아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두 아들을 기르다보니 남의 자식 귀한 줄 알게 되더군요. 그때부터 형편이 닿는 대로 돈을 모아 보육원 등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던 차에 예림이의 사연을 읽으며 가슴이 터질 듯 아팠습니다.”

이들 부부의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한사코 이를 거부하던 예림이 아버지 박씨도 “혼을 낼 때나 칭찬할 때도 제 친자식처럼 하겠습니다”라는 안경장의 말에 믿음을 얻어 예림이를 형편이 좋아질 때까지 맡기기로 결심했다.

안경장부부는 이날 오후1시 남부아동일시보호소를 찾았지만 곧바로 예림이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

며칠만에 만난 박씨의 품에 안겨 “아빠. 보고싶었어”를 연발하는 예림이를 차마 떼어놓을 수 없었던 것.

박씨도 예림이를 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안경장부부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안경장은 “이미 일곱살과 여섯살인 두 아들의 허락도 받았습니다”라면서 “두 아들을 예림이의 오빠로 삼아 구김살없이 키울테니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라”며 박씨를 안심시켰다.

박씨는 “짐승도 제 새끼는 제가 기르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자식을 보살피지 못하는 못난 부모가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면서 고개를 떨궜다.

한시간여만에 가까스로 우는 딸을 달랜 박씨는 예림이를 안경장부부의 품에 넘겨줬다.

“예림아. 아빠가 정말 미안해. 꼭 다시 만날테니 그때까지 아저씨 아줌마 말씀 잘들어야 해. 알았지.”

홀로 남은 박씨는 예림이를 태운 승용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염없이 손을 흔들었다.

〈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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