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의 아버지들③]끝없는 자식사랑

  • 입력 1998년 5월 6일 20시 19분


‘수컷은 있어도 아비는 없다(?)’

교미가 끝나면 미련없이 뒤돌아서 단독생활에 들어가는 수호랑이. 새끼를 돌보기는 커녕 영역확보를 위해 아들호랑이도 만나면 물어죽인다는데. 과연 동물세계의 부정(父情)은 비정(非情)일까? 대답은 No.

부성애의 대표적 동물은 남극의 황제펭귄. 암컷이 알을 낳자마자 수컷은 이를 발등으로 받는다. 바로 알을 품기 시작, 영하 50도 시속 3백㎞의 강풍과 강추위 속에 알이 깨질까 두려워 식음을 전폐한 채 꼼짝하지 않는 수컷. 뱃가죽으로 알을 덮어 체온을 전달하며 수컷이 항식(抗食)하는 기간은 무려 9주일. 혹한을 견디다 못해 죽어가는 수컷도 적잖지만 대부분 최후까지 절대 알을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다. 눈물겨운 과정을 거쳐 하나의 펭귄알이 부화할 가능성은 32∼34%. 먹이를 찾아 집을 떠났다가 부화 2, 3일전 ‘바통 터치’를 위해 돌아온 암컷에게 수컷은 알을 넘긴다.

다음은 비둘기. 알품기는 주로 암컷이 담당하지만 너무 오래 알을 품고 있으면 수컷은 부리로 암컷을 둥지밖으로 내몰고 자신이 품는다. ‘여보, 건강을 위해 뭘 좀 먹고 오시오’라는 표시. 부화한 뒤에도 수컷은 암컷과 교대로 먹이를 나른다.

곤충의 눈물겨운 부정. 물장군이란 곤충의 수컷은 수정된 알을 아예 등에 업고 다니며 기른다. 숫사마귀는 교미 직후 알을 낳을 암컷의 영양상태를 걱정, 암컷의 ‘식사감’으로 제몸을 바친다. ‘한번 아버지는 영원한 아버지!’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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