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모든 것을 뛰어 넘는 것일까.
2천5백년전 중국 춘추시대, 철천지 원수였던 오(吳)왕 부차(夫差)와 월(越)왕 구천(句踐)의 창과 검이 나란히 놓여 있다. 섶에 누워(부차) 쓸개를 씹으며(구천) 서로 복수를 다짐했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한(恨)은 고사성어의 옛 이야기로만 남아 있는 듯하다.
지난달 7일부터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문화대전’. 가까운듯 멀게 느껴졌던 중국의 5천년 숨결이 살아 숨쉰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 진시황의 동마차(銅馬車)가 흙먼지를 털어내고 뛰쳐나갈 기세다. 80년 진시황릉 서쪽 갱내에서 두대의 마차가 발굴됐다. 복제품이지만 입술을 꽉 다문 마부의 기상이 당차다.
관람자의 몇 걸음 사이로 몇백년이 흘러간다.
동한(東漢)의 도창루(陶倉樓). 높이 1m61에 불과하지만 요즘 건축물과 비교해도 별로 손색이 없다. 4층 규모인 두개의 전각이 왕래할 수 있도록 3층에서 연결돼 있다. 망루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서생과 누각 앞에 배를 깔고 누운 견공(犬公)의 모습이 한가롭다.
술잔 염복 불상 자기 등 다양한 형태의 유물이 세월을 뛰어넘어 투박함과 세련미, 익살과 두려움, 놀라움을 지닌 채 무언의 말을 전한다.
전통공예와 미세조각, 서화전 등은 광대한 땅덩어리만큼 다양하고 깊은 중국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진품이 적고 황실가구전 등 몇몇 전시관은 구색맞추기같은 인상이어서 아쉽다. 또 ‘중국음식문화대전’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주제의 음식물 판매와 전시장 로비를 가득 메운 중국 수입품 판매는 장터 분위기다. 국고 지원을 받는 예술의 전당 주최 행사임에도 성인 8천원, 초등학생 4천원으로 정해진 입장료도 요즘 주머니가 얄팍해진 가장들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3월29일까지 월∼목 오전10시∼오후5시, 금∼일 공휴일은 오후7시까지. 02―525―1113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