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시조 당선소감]우은숙

  • 입력 1997년 12월 31일 18시 33분


젖은 안개를 하나씩 털어 내며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 이 도시를 끼고 흐르는 강물은 얄팍한 나의 시심(詩心)을 흔들어 깨운다. 물결 따라 일렁이는 그 강에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진한 삶의 냄새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강은 모든 사물에 대한 ‘새로움’을 안겨 주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사이로 내 의식의 눈이 ‘불꽃 튀는 눈짓’을 보낼 때, 강은 또 다른 의미를 남기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흐르고 있었다. 겨울강가에 차디차게 묻어나는 냉철함을 보면서 스스로의 무능함에 자책도 해 보고, 어렵게 부여잡은 언어 하나 붙들고 온 몸으로 아파하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계속 호수에 둘러싸여 안개와 친구하는 이 도시에서 언어를 가꾸는 일에 최선을 다 하련다. 이제 ‘시작’이라는 단어가 두려움과 함께 참지 못할 기쁨으로 다가온다. 두 개의 강줄기가 몸을 섞으며 흐르는 소양강처럼 내 속에서 기쁨과 부끄러움이 합강되어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어느 때 보다 겸허함을 배워야 한다며 이 땅에 씨 뿌림과 거둠을 가슴으로 마주하고 있는 별님에게 흙냄새 가득 담은 진한 사랑과 함께 이 기쁨을 바친다. 고마운 얼굴들, 진정 함께 기뻐해 줄 얼굴들이 하나 둘 지나간다. 특히, 시심을 일깨워 주신 허대영 연구사님, 신춘(新春)의 문을 두드리게 한 조규영 선생님, 선택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이 기쁨의 크기만큼 따뜻한 인사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좋은 시, 발전하는 시로써 이 고마움에 대신하고 싶다. 기쁨과 떨림 속에서 큰 소리로 파이팅 외치며 온 1998년! 벅찬 감격의 팔을 들어 힘껏 포옹하리라. 호수에 던진 조약돌의 울림이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무거운 의미로 내 어깨를 두드리는 것을 느끼며 오늘도 나는 강가에 서 있다. 우은숙 △1961년 강원 정선출생 △1995년 강원대 경영대학원 졸 △현재 강원도교육연구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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