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광주 「인당국악사」운영 이춘봉씨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40분


광주 동구 서석동에서 「인당국악사」를 운영하는 이춘봉(李春逢·51)씨는 30여년 동안 올곧게 전통 국악기만을 만들어온 장인이다. 광주시지정 무형문화재 12호 악기장(樂器匠) 기능보유자인 이씨는 현존하는 63종의 국악기 대부분을 제작해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징 꽹과리 등 타악기와 편종 운라 등 궁중에서 쓰이는 일부 악기를 제외하고 이씨가 만들어보지 않은 국악기는 거의 없다. 70년 청아한 가야금 소리에 끌려 국악학원을 다니게 된 것을 계기로 국악기 제작의 길에 들어선 이씨가 제작하는 가야금 거문고 대금 단소 해금 등 악기는 연평균 70∼80여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국악기를 만든 이씨는 전통기법에 어긋나는 악기는 결코 내놓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켜오고 있다. 조선 영조때 편찬된 악학궤범(樂學軌範)의 제작기법에 따라 가야금과 거문고 몸통은 반드시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사용하고 윗부분은 소뼈를 다듬어 아교풀로 붙이는 등 외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다. 몇개월만에 대충 만들어낸 국악기는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뿐더러 음률이 맞지 않아 제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게 이씨의 얘기. 79년 작고한 김광주씨로부터 기능을 전수받은 그는 전통국악기 제작기술이 끊길 것을 염려해 큰아들 창훈군(17)을 국악전문고교인 광주예술고에 보냈다. 『악기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 보다 악기에 어떤 혼을 담았는지가 중요합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씨는 『앞으로 교회 예배시간에 피아노 오르간 대신 우리 전통 국악기를 연주토록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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