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기/교육열풍]학원 하루 3,4개는 보통

  • 입력 1997년 11월 13일 07시 28분


「철들 무렵부터의 교육은 너무 늦다. 철들 때까지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 유아교육 열풍. 집집마다 방안에는 한글놀이카드 퍼즐 블록 등이 즐비하고 책꽂이에는 유아용 그림책, 이야기책이 잔뜩 꽂혀 있다. 서울 강남의 K양(5)은 아직 유치원에 다니지 않지만 요즘 7개의 교육프로그램에 뛰어다닌다. 글짓기 웅변 영어 속셈 피아노 수영 종이접기를 배우고 있다. 어떤 날은 「강의」가 10분 간격으로 있어 서둘러 이동해야 한다.엄마가 차에 태우고 다닌다. K양은 좀 심한 경우지만 어린이들이 학원이나 스포츠센터 등 2,3개 정도 다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K양의 동생(3)은 친구들과 함께 1주일에 한차례 집에서 방문교사의 지도를 받는다. 별도 교재가 있으며 만들기 글씨연습 등이 학습내용. 유아교육 바람은 「동네」에서 그치지 않는다. 「용한 선생」을 찾아 멀리 원정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H군(6)은 지난 봄부터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또래 3명과 함께 강남구에서 송파구로 수학을 배우러 다니고 있다. 네 아이의 어머니가 번갈아 가며 한달씩 당번을 맡아 아이들을 태우고 다닌다. H군은 또 글쓰기 글짓기도 배운다. 엄마도 「아이 교육 차원에서」 영어와 컴퓨터 학원에 다닌다. 올초 서울에 거주하는 유아를 둔 부모 3백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5세 아이 중 3분의2가 유아원 영재교육원 등 유아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9명이 유아교재를 정기구독하고 있고 유아교육을 별도로 시키지 않는다는 학부모는 1.7% 뿐이었다. 유아교육을 위해 한달에 쓰는 비용은 15만∼25만원이 63.5%로 가장 많았고 30만원 이상을 쏟아붓는 학부모도 12.7%나 됐다. 하루 교육시간은 1시간이 44.3%, 2시간이 17.3%였고 21.3%는 하루 5시간 이상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부터 자녀를 똑똑한 아이로 만들려고 앞치마를 벗어 던진 채 뒤늦게 대학의 평생교육과정이나 대학원 유아교육 과정의 문을 두드리는 주부학생이 늘고 있는 것도 유아교육 열풍의 한 단면. 유아교육 열기를 가장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연 유아교재 시장. 『교재를 만드는 속도가 팔리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걱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유아교재를 만드는 회사는 입체적 영상학습프로그램인 「키드학습」을 내놓은 삼성당을 비롯, 웅진출판사 계몽사 한국프뢰벨 금성출판사 한솔교육 등 10여개사. 한 회사가 적게는 두세가지, 많게는 20여가지 교재를 내놓고 있다. 유아교재는 그림책과 교재도구가 기본세트. 부모용지침서가 추가되거나 게임용 교재도구로만 돼 있는 것도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학습능력을 올려주는 교재보다는 아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이것저것 다 사들이면 아이가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한두가지만 고른다. 지나친 유아교육에 대한 비판도 많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교재선택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 유아교육 열풍을 악용하는 상혼도 경계 대상이다. 〈홍순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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