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뿌리 김도훈대표『연극은 내 밥이요,무대는 집이다』

  • 입력 1997년 10월 24일 08시 19분


올해 서울연극제 시상식이 열렸던 15일 서울 문예회관대극장. 「남에서 오신 손님」으로 대상 연출상 연기상(정동환) 신인연기상(강지은) 등 4개부문 상을 거머쥔 극단 뿌리의 김도훈대표(55)가 가장 많이 들은 인사말은 『고맙다』였다. 『「젊은 연극」에 밀리는 기성 연극을 대표해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든 연극인들이 되레 날더러 「고맙다」고 하는 거겠지요』 김대표는 「가난한 연극」, 기성 연극의 대명사라 할 만한 인물. 81년 「황진이」, 82년 「유리동물원」을 제작 연출해 돈을 만진 이후 돈을 벌어본 일이 한번도 없다. 도저히 힘들어서 연극 못하겠다 싶었던 92년 「누군들 광대가 아니랴」로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등 6개 상을 휩쓸었다. 『죽으나 사나 연극만 하라는 운명인가 보다』하고 또 연극에 매달리다 95년 「사상최대의 패션쇼」 제작으로 7천만원이라는 사상최대의 적자를 봤다. 그런데도 올해 제목만 봐도 돈이 안될 것 같은, 반공극 냄새가 물씬 나는 「남에서 오신 손님」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에는 언어를 절제하고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강조한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했다. 그러나 또 적자. 그나마 대상 상금 1천만원, 연출상 상금 2백만원이 생기게 돼 「빚 5백만원」으로 가볍게 막을수 있게 됐다. 그런 김대표가 지금까지 어떻게 연극을 해왔을까. 돈이 없을 때 김대표가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은 경남고 동창을 찾아가는 것뿐. 그래도 김대표는 행복해 보였다. 『내 연극 대차대조표를 그린다면 당연히 플러스죠. 거지가 됐든 어쨌든간에 내가 하고싶은 연극은 다하면서 살았으니까요』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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