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평론가들,문단 분파주의 상업-비민주성 서로 비판

  • 입력 1997년 10월 16일 07시 43분


「문학비평이 시대정신의 방향타로 기능하던 시절은 이제 좋았던 그 시절로 불리는 것 아닌가. 한편의 예리한 문학비평이 그 작품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비평의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닌가」. 자괴감이 가득한 이 글은 젊은 평론가 권성우씨가 계간 「포에티카」가을호에 발표한 글의 서문이다. 이제는 낡은 용어가 돼버린 한국문단에서의 「비평의 위기」. 탈출구를 찾으려는 젊은 평론가들이 최근 비평정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해 잇따라 문제제기에 나섰다. 비평위기의 원인은 문학 텍스트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단내 분파주의와 상업성 비민주성에 있다며 구체적인 거명도 서슴지 않는다. 권씨는 「포에티카」의 평론에서 「비평은 분파주의를 조장하는 도구로, 상품미학의 전위부대로, 출판자본의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며 그 대표사례로 계간 「상상」 편집위원들을 거명했다. 「상상」의 편집위원 진형준씨가 동인(同人) 이인화씨의 「인간의 길」을 극찬하고 이인화씨가 동인 김탁환씨의 소설을 지원사격하며 김탁환씨는 이인화씨의 비평적 관점을 그대로 모사하는 등 서로서로 추켜세우는 행태에 비평가로서 서글픈 마음을 느낀다는 것. 또다른 평론가 문흥술씨는 최근 펴낸 「자멸과 회생의 소설문학」(열음사)에서 「상상」의 편집위원 김탁환씨가 쓴 「비평의 운명」에 대해 『문단패권주의를 적으로 삼아 그것에 도전하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상업주의적 비평을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공격했다. 공격당하는 평론가들도 문단의 보수성과 동료평론가들의 태도를 문제삼기는 마찬가지. 「상상」 편집위원 진형준씨는 최근 출간한 평론집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살림)에서 『문학의 저질상품화를 경계하는 의미에서 쓰이는 상업주의라는 용어 뒤에는 문학에 대한 귀족주의적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론가들은)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어하는 작가들의 원초적 열망을 무시무시한 권위주의적 언어로 주눅들게 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또 『우리시대 평론가들은 작품에 구체적으로 접하지 않은 채 문단의 판도, 지형도가 어떻게 되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심지어는 그 지형도를 더욱 굳어버리게 만드는데 기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문단이 어느새 기성의 부패한 권위를 닮아가고 있다는 공개비판도 있다. 평론가 황병하씨는 최근 출간한 「메타비평을 위하여」(민음사)에서 94년3월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 신임회장 선출과정의 비민주성을 거론했다. 90년대 문학지형을 살펴볼 목적에서 쓴 「신경숙,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인화」라는 글을 통해서다. 그는 당시 「투표하지 말고 내부의 자율적 여론수렴과 합의를 거쳐 회장을 만장일치로 선출하자」는 원로들의 의견과 「회장을 직선으로 뽑자」는 젊은 회원들의 의견이 충돌해 총회현장에서 의장이 『직선제를 찬성하는 사람만 손을 들라』며 공개투표를 강행했다고 술회했다. 황씨는 『원로와 이사회가 회장을 결정하는 방식이 유신 때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발했던 젊은 회원들도 차마 선배들 앞에서 반대의사를 밝히지 못해 「직선제안」이 부결되고 말았다며 『작가회의는 반파쇼투쟁을 하면서 배운 것이 파쇼뿐인가』라고 탄식했다. 최근의 글들에 대해 다른 평론가들은 『본질적인 문제를 거론한다는 의의는 있지만 대부분 「내눈의 대들보는 안보여도 남의 눈의 티끌은 보인다」는 식으로 자기반성을 결여한 편파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30대 평론가는 『평론가 대부분이 이미 출판사나 문단내 한 분파에 매인 몸일 경우가 많으니 과연 어디에서 객관적 진실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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