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商號」가 손님 절반은 끈다…「E마트」등 외기쉬워

  • 입력 1997년 9월 27일 08시 53분


가격싸움, 제품경쟁, 좋은 자리 잡기….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바로 「작명(作名)경쟁」이다. 요즘 개점하는 새 점포들은 백화점 △△슈퍼 식의 업종을 딴 명칭에서 벗어나 저마다 개성 있는 이름들을 앞세우고 있다. 할인점들이 특히 그렇다. 광명과 광주에 잇달아 들어선 나산의 할인점 명칭은 「클레프」. 프랑스어로 「열쇠」를 뜻한다. 나산은 「고객에게 행운의 열쇠를 드리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정한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의 할인점 「E마트」는 직원들의 내부공모를 거쳐 선발된 작품. 여기서의 「E」는 두가지 의미를 가진다. 미국 월마트의 모토인 「매일같이 싸게 팝니다(Everyday Low Price)」와 「경제적인(Economical)」의 첫글자를 딴 것. 뉴코아백화점이 운영하는 킴스클럽(Kim’s Club)은 직역하면 「김씨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가 김씨라서 지었다』는 것이 뉴코아의 작명 취지. 공교롭게도 뉴코아 소유주(김의철회장)도 김씨. 삼성 홈플러스는 글자 그대로 「가정생활에 도움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 전문회사에 맡겨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나산이 비슷하게 들리는 「홈플레이스」라는 이름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법적 분쟁까지 빚고 있다. 업체들이 이름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은 우선 고객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다. 고객들이 부르기 쉽고 한번 들어서 기억하기 좋은 이름을 지어야 첫 단추를 잘 꿰는 셈이 된다. 또 자체브랜드(PB)를 만들 것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상품을 대표하는 브랜드명칭으로도 손색이 없어야 한다는 것. 슈퍼마켓에도 「개명(改名)바람」이 불고 있다. 해태유통이 운영중인 해태슈퍼마켓의 간판에는 앞으로 슈퍼마켓 대신 「마트」가 내걸릴 예정이다. 해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슈퍼마켓 하면 규모도 작고 진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드는 마트로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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