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곡」이 하나의 장르로 태동한지 70여년. 그동안 수많은 애창곡을 낳으면서 국민의 노래로 자리잡았지만 아쉬움도 만만치 않게 지적된다.
『선율선이 대부분 단조로우며 조바꿈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는 주로 작곡자쪽에 돌려지는 채찍질이다. 반면 『관현악 반주로 연주될 경우 편곡이 천편일률적이어서 무미건조하게 들린다』는 지적은 이미 표준 레퍼토리로 정착된 가곡도 표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치장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언제나 똑같이 저음현의 피치카토 위에 고음현이 첫악절을 연주하고 끝나는 전주, 같은 선율을 오보에나 플루트가 읊조리는 간주…. 얼마전까지도 상당수의 가곡 반주부는 판박이처럼 비슷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최근 발매된 테너 최승원의 가곡집 「노스탤지어」(삼성뮤직)는 최근의 추세대로 반주부 편곡의 묘를 살려 화사한 새옷을 입힌 우리 가곡들을 보여준다.
호른의 기본음 위에 플루트와 바이올린 독주가 서로 희롱하며 봄을 노래하는 「폐원」, 반음계적으로 흔들리는 저음현 위에 바이올린의 트레몰로가 「기약없는」 절망을 암시하는 「동심초」…. 이윤국 김준성 김바로 세사람에 의한 관현악부 편곡은 시가 암시하는 서정에 음악적으로 긴밀히 밀착돼 있다.
한편 이를 받쳐줄 녹음면에서 「노스탤지어」는 최상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 편. 특히 음장(音場·사운드 스테이지)위에서 독창자의 위치가 불분명하게 표현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승원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끌어낸 서정미와 주의깊은 발성을 사용,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들려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악의 부분은 하필 음반 첫부분을 장식하는 「산들바람」의 첫음에서 나타난다. 고르지 못한 비브라토(소리의 떨림)가 못내 불안스럽게 들린다.
루마니아의 조르주 에네스쿠 필하모니 실내악단을 오스트리아에서 활동중인 이윤국씨가 지휘, 반주했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