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일 대충대충…「갤러리 직장인」는다

  • 입력 1997년 8월 18일 07시 29분


일찍부터 승진의 꿈을 버린 「갤러리 회사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갤러리」는 골프장에 경기를 구경하러 온 관중. 갤러리회사원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로 얻어지는 승진을 통해 성취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자아실현을 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언젠가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마음에 맞는 일을 찾아 거기서 꿈을 실현하려는 회사원을 뜻한다. 직장일에 몰두하지 않고 주인의식도 희박해 골프경기 구경꾼에 비유된다. 갤러리 회사원은 과거엔 50대 이후의 승진탈락자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갓 입사한 20대부터 30, 40, 50대까지 전 연령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직장생활 4년째인 대기업사원 최영환씨(31)는 『요즘 젊은층에서 「기업의 별」이라는 이사나 사장을 꿈꾸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며 『대부분 경험삼아 몇년 해보고 그 다음엔 시간이 많고 자유로운 일을 해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대 직장인들에게 회사는 이제 「죽자 사자 평생동안 매달려야 하는」 필수가 아니라 「한번쯤 경험해 보면 좋은」 선택과목에 불과하다는 것. 20, 30대 갤러리회사원들이 꿈꾸는 직업은 소위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업. 정보제공업(IP), 고객과 관련되는 뉴스를 스크랩정리 제공하는 뉴스클리핑 서비스, 소규모 광고대행사, 그래픽 디자인, 배달대행업, 모금대행업, 장 봐주기, 식물관리 등 프리랜서로 작은 사무실이나 집에서 근무하는 자유업이 특징이다. 30대 갤러리회사원들 중엔 갈수록 빡빡해져가는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아예 해외이민을 꿈꾸거나 유학을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40, 50대 갤러리 회사원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승진 길이 좁아 보이는데다가 명퇴다 뭐다 해서 갈수록 커가는 실직 불안감에 스스로 마음을 바꿔먹은 경우가 대부분. 직장일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대신 예상 퇴직금을 수시로 헤아려보며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골똘히 궁리한다. 음식점 등 자영업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 17년째인 대기업부장 정영철씨(45)는 『조직에서의 인간은 마치 「힘이 떨어지면 버림받는 배터리」같은 신세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을 때 빨리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영전문가들은 갤러리회사원 증가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 맞물려 일어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근로자들도 이젠 「평생직장」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평생고용(雇傭)」을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일부에서는 신세대의 「프리랜서형 직업관」은 능력과 자질 구비를 전제로 해야 가능한 것이며 일 중심의 직장바꾸기는 정보화시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40, 50대의 상당수를 인생실패자로 내몰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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