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별 나무 꽃 인형…. 저마다 생명 언어 감정을 갖고 있다. 적어도 어린이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울고 웃다가 찡그리고, 숨쉬면서 말하고 노래한다. 이름모를 나무와 친구가 되기로 작정한 어린 마음은 「묵묵히 한자리만 지켜야 하는」 벗의 숙명이 아리고 슬프다. 그래서 이런 가사가 가슴에 와닿는걸까.
「나무야 나무야 서서 자는 나무야/나무야 나무야 다리 아프지/나무야 나무야 누워서 자거라」.
날씨가 차가워지면 제몸보다 인형의 건강이 더 걱정스러운 아이들. 두산동아가 펴낸 「노라와 세 친구들」 시리즈(전4권)는 동심과 자연의 교감을 넉넉한 상상력으로 어루만진 그림 동화집이다.
「존선생님의 동물원」 「초롱초롱 별나라」 「벤지의 선물」 「노라의 장미」.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여자아이 노라와 강아지 키키, 인형 마기, 곰인형 푸가 세상의 오묘한 섭리에 눈떠가는 모습을 정감 듬뿍한 시선으로 그렸다.
지은이는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일본인 그림작가 이치카와 사토미. 삽화만으로도 스토리가 설명될만큼 그림이 탄탄하다.
할머니 집에 놀러간 노라는 낡은 궤짝에서 비죽 얼굴을 내민 장난감들과 신나게 논다. 밤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님이 가득. 『참 예쁜 별님이야. 하나만 가졌으면…』
노라가 무심코 말하자 장난감들이 앞다퉈 날아가 별을 따온다. 침대 커버에 별님이 쌓이고 아름다운 별무늬가 노라의 잠옷을 수놓는다. 별님왕관 별님벨트 별님기차…. 뭐든지 만들 수 있는 별잇기 놀이.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본 노라가 『앗』하고 소리친다. 캄캄한 하늘엔 어두운 먹구름 뿐. 하늘에서 물방울 하나가 툭. 『하늘이 울고 있나?』
짝을 잃은 하늘은 슬프고 허전한가보다. 『별님들아. 하늘로 돌아가렴』 노라가 말하자 별들은 반짝반짝 웃으면서 자기 집을 찾아간다. 아, 오늘따라 밤하늘은 왜 이리도 빛나는지…. 각권 4,800원.〈박원재기자〉
▼ 전문가 의견
선안나씨(동화작가)는 『평화롭고 다정한 분위기의 그림이 어린이들에게 푸근한 행복감을 안겨준다』며 『현실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아우른 구성력이 특히 돋보인다』고 평했다. 선씨는 『더러 의미가 분명치 않은 문장이 눈에 띄지만 군데군데 발랄한 유머와 재치가 들어 있어 책 읽기가 한결 즐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영순씨(어린이도서연구회)는 『인형 마기와 곰인형 푸가를 호기심많은 개구쟁이 아이처럼 표현해 놓아 여간 귀엽지 않다』며 『다만 그림에 비해서는 글의 내용이 다소 못미치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남은미씨(동화일러스트레이터)는 『갖가지 동작과 표정에 대한 데생을 유머러스하고 정확하게 마무리지어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며 『주변의 생활소품을 꼼꼼히 관찰, 섬세하게 묘사한 점에 호감이 간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