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컴퓨터가 두렵다』…체스 인간챔피언 패배

  • 입력 1997년 5월 12일 20시 16분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까?

인간과 컴퓨터의 체스대결에서 컴퓨터가 승리, 그 가능성을 엿보이게 했다.

IBM이 만든 체스 컴퓨터 딥 블루는 지난 11일 뉴욕에서 있은 마지막 대국에서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를 무릎꿇게 했다.

컴퓨터는 인간과의 두번째 대결에서 2승 1패 3무로 승리했다.

딥 블루는 IBM의 야심작. 원래 모델은 가장 불확실성이 높고 변수에 따른 변화가 무궁무진한 기상을 관측하는데 쓰였던 슈퍼 컴퓨터였다.

IBM측은 지난 1백년동안의 세계의 주요한 대국 및 카스파로프의 경기를 모두 분석, 그의 장단점을 기억시켜 8년여만에 완성한 소프트웨어로 무장시켰다.

딥 블루는 2백56개 프로세서에 초당 2억개의 행마를 검토할 수 있고 여기에 11∼12수를 신속하게 계산할 수 있으나 상황에 대한 적응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딥 블루는 이번 대국에서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3∼6수를 읽을 수 있으나 무려 5백억개의 신경세포에 엄청난 직관력과 창조력을 가지고 슈퍼컴퓨터를 농락해 온 인간을 보기좋게 눌렀다.

실제 딥 블루는 스트레스에 약한 인간의 약점을 집중 공격, 승리를 이끌어냈다. 패배 직후 격분을 참지 못해 체스판을 뒤엎고 잠시동안 이성을 잃었던 카스파로프는 『나는 완전히 탈진했다』고 말해 컴퓨터와의 경기가 몹시 힘에 부쳤음을 자인했다. 카스파로프 코치인 프레데릭 프리델은 『딥 블루가 마치 지능을 가진 것처럼 앞을 내다보는 행마를 펼쳤다』면서 놀라워했다.

대국을 지켜본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날이 올 것임을 시사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두려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인간의 뇌를 생물학적 컴퓨터로 볼 때 과학자가 직관같은 신비한 능력을 수치화해 입력하면 컴퓨터도 사고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딥 블루는 70만달러, 카스파로프는 40만달러를 벌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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