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축제/호주F1그랑프리대회]

  • 입력 1997년 4월 29일 09시 03분


지난 3월초 호주 남부 빅토리아주의 주도 멜버른시.

한국과 정반대로 가을의 맑은 햇빛이 내리쬐는 이곳 시내는 평균 시속 2백㎞를 질주하는 F(포뮬러)1 레이스카의 굉음과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멜버른시는 시드니에 이어 호주 제2의 도시. 영국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을 고스란히 사용하고 있어 마치 전원 도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전원 도시적 분위기속에서 호주 콴타스 항공사의 후원으로 6일부터 나흘간 열린 F1 그랑프리는 고속 마술의 경연장.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고속의 F1들이 앞을 다투며 달리는 장면은 긴장과 쾌감이 뒤섞인다.에어쇼등 볼거리 풍성호주 콴타스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곳은 시내 한복판의 알버트 파크. 성인의 보통걸음으로 둘러보는데 1시간 남짓한 이 곳은 알버트 파크호를 가운데에 두고 아스팔트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평소 일반도로를 대회기간중에 차단해서 경주장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F1 그랑프리는 카레이스중 가장 빠른 경기로 20여팀의 프로레이서들이 참가하는 스피드 경쟁에 불과하지만 나흘간 펼쳐지는 이벤트는 자동차 축제. 이 대회를 주최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을 비롯해 최대 후원자인 호주 콴타스 항공사, 자동차메이커 홀덴 등은 나흘내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에어쇼, 패러글라이딩, 구형자동차 전시, 호주공군의 FA 18기 비행과 붉은 베레모의 고공낙하쇼 등 「볼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했다. 그랑프리 대회가 시작될 즈음이면 멜버른 시내의 화두는 온통 F1 레이스다. 일간지 더 에이지 등은 매일 그랑프리 특집판을 발행하고 TV 뉴스에서는 『원로 레이서 빌 콕스의 집에 도둑이 들어가 기록 사진과 우승 트로피 등을 훔쳐갔다』며이를 「잔인한 도적질」 (Cruel Theft)로 호되게 비난할 정도.일반시민도 기량 겨뤄F1 그랑프리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날인 9일 오후 2시. 스타트겸 피니시 라인에 20여대의 F1이 자리잡고 엔진음을 높이고 있고 관객들의 표정에는 긴장이 감돈다. 스타트 직전 호주공군의 FA 18기가 본부석위를 지나가는 것은 F1 자동차의 속도를 미루어 짐작케하려는 듯한 주최측의 배려. 객석에서 볼 수 있는 F1 질주의 모습은 불과 1,2초도 안된다. 평균시속 2백㎞가 넘어 슝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시야를 스치기 때문. 그러나 F1이 커브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차 뒷부분에서 일어나는 불꽃은 작은 장관.

다양한 이벤트중 재미있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경주할 수 있는 대목. 한 사람당 4천4백호주달러(약3백만원)를 내고 참가하지만 후원사 광고와 레이서의 정통복장 등을 갖춘다. 이 자동차의 시속은 80㎞로 F1의 3분의 1 수준.

F1 그랑프리 대회는 호주 멜버른 경기를 시작으로 독일 브라질 스페인 일본 등지에서 17회의 레이스를 벌인 다음 최종승자를 가린다. 지난해 호주 레이스의 경우 나흘간 40만여명이 관람했고 1백32개국에서 5억명이 관전했다. 호주 빅토리아 관광청은 『올해의 경우 지난해에 버금가는 수준일 것』이라며 『이 기간중 해외에서 건너오는 관광객만해도 1만여명』이라고 추산했다.

〈멜버른〓허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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