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새풍속]주부경매族,의류 보석등 싹쓸이

  • 입력 1997년 4월 17일 08시 23분


요즘 백화점에는 「주부 경매족」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 주부 경매족은 백화점들이 판촉을 위해 열고 있는 경매행사만 찾아 다니는 전업 주부들을 일컫는 말. 3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2∼5명씩 팀을 이뤄 경매행사장을 휩쓸고 다닌다. 백화점에 경매행사가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출동」하는 팀들도 적지 않다. 주부 경매족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백화점들이 세일때 고객을 많이 끌기 위해 경매행사를 열면서부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서울 강남지역만 해도 주부 경매족은 최소 2백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행사때는 백화점이 일부 상품에 대해 매장 판매가의 20∼30%에서 최저가를 정한 다음 경매 방식으로 값을 올리며 판다. 대부분의 상품은 매장 판매가의 50∼70%에서 낙찰된다. 이번 봄 정기 바겐세일때도 그랜드 갤러리아 현대 등 서울 강남의 주요백화점 경매행사엔 주부 경매족들이 대거 나타났다. 대부분 생활용품보다는 의류 보석 액세서리 등을 주로 샀다. 지난 12일 그랜드백화점 6층 경매행사장. 1백20여명의 고객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경매행사에 참가하고 있었다.경매행사를 담당하는 조진행계장(33)은 『이중 50여명이 사흘 동안의 경매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한 경매족』이라고 말했다. 주부 김모씨(41)도 그중 한명.그는 이번 경매행사에 사흘째 계속 나와 시계 넥타이 투피스 핸드백 등 30여만원 어치의 물건을 샀다. 그러나 김씨는 이번에는 지난 1월의 경매행사때 만큼은 재미를 못봤다. 경쟁응찰자가 많이 늘어난데다 몇몇 주부들이 너무 높은 가격을 불러 경쟁을 할 엄두가 안난 경우도 있고 더 높은 가격을 부르려는데 누가 시비를 걸어 포기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사회자의 호가에 응할 때 핀잔을 하거나 야유를 보내 자기편 주부가 물건을 사도록 하는 노련한 「작전」을 구사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대 이기춘교수(소비자학)는 『구매력과 시간이 있는 주부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경매행사에 참여했다가 경매방식과 싼 가격에 점차 재미를 느껴 일부는 중독상태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라며 『다른 주부들과 함께 경매에 빠짐으로써 평소 느끼는 자아 상실감을 풀려는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성주·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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