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예약문화,요람서 무덤까지…대행업도 등장

  • 입력 1997년 2월 2일 19시 57분


[曺炳來기자] 지난해 인기가수 김건모의 새로운 가요앨범 「스피드」는 발매전에 이미 극성팬들에 의해 1백만장이 예약됐다. 새로 출시되는 인기 비디오테이프는 대여점에 예약해야 빨리 볼 수 있다. 예약문화가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고 있다. 호텔이나 항공편 예식장이용뿐만 아니라 관공서방문 미장원 상담소 등도 예약을 해야 편리하다. 고급식당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일찌감치 예약해야 한다. 친척집이나 거래처도 예약없이 방문하는 것은 실례로 여길 정도가 됐다. 출산하러 병원을 찾을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고급장의사에는 장례까지 예약을 해야 한다. 바야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예약해야 하는 시대가 된 셈. 서울의 C장의사에는 10여건의 장의가 예약돼있어 예약자를 위한 수의와 관을 미리 맞춰놓았다. 예약없이 종합병원의 특진을 받을 수 없게 된지는 오래됐지만 요즘은 일반진료도 예약없이 찾아갔다가 진료순서가 한없이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민원인이 담당공무원과 만나는 시간을 정해놓은 뒤 방문하는 예약방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 종로에 있는 음식점 아산한우방 김상진씨는 『요즘은 2, 3명이 올 때에도 예약을 하며 예약때 음식종류까지 미리 지정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세일안경점 변영옥대표는 『안경을 맞추는 손님들도 요즘은 예약을 하고 온다』고 말했다. 영화 연극 연주회의 예약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서울정동극장 단체관람의 경우에는 연주자까지 지정해 예약할 수 있다. 가정용보일러점검이나 백화점의 선물배달을 위해 서비스업자가 고객에게 전화로 방문이나 배달시간을 예약해두는 것도 새로운 예약문화. 예약을 대행해주는 서비스업도 생겨났다. ㈜가우자리는 회원들에게 서울시내 36개 영화관의 티켓예약을 해주고 있으며 해피룸은 정기검진 이사 도배 장의 꽃배달 등까지도 예약을 대행해준다. PC통신을 통해 예약을 받는 것도 새로운 현상. 예약대행회사와 일부 종합병원 등은 PC통신으로 예약을 받고있고 신라호텔은 아예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문화의 확산과 함께 예약취소를 반드시 알려주는 관행도 정착돼야 한다. 최근에는 객실료를 선불해야만 예약이 되는 호텔이 문을 열기도 했다. 조그만 대중음식점에 예약을 했다가 30분정도 늦게 가는 바람에 음식점측에 의해 예약이 취소돼 낭패를 본 사람도 있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문정숙교수는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예약없이는 효율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예약문화의 발달로 소비자는 각종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업체로서는 비용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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