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동아신춘문예/시당선작]「나는 날마다…」…배용제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나는 날마다 전송된다 배용제 TV에서 본 스타트렉이라는 영화, 몇 세기 후라던가? 물체나 사람이(혹은 그냥 생명체) 원반에 올라 스위치를 누르면 원자분해되어 어디론가 전송되었다. 그리고 목적된 곳에서 정확하게 재결합되어 나타났다. 지옥이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1나는 자주 꿈을 꾼다 의식의 미세한 입자들이 신비로운 곳을 향해 날아간다 환상 속 연인과 동침을 하며 춤을 춘다 때때로 예언자처럼 먼 미래에 미리 가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내 꿈의 성능은 엉망이어서 변질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더 많다 스핑크스 형상으로 사막의 모래바람에서 우우거리거나 털없는 늑대가 되어 붉은 달을 물어뜯는다 암흑의 전당포에 들러 추억을 저당잡히고 새로운 길을 산다 흘러나간 그림자 모두 거친 발톱을 세운다 그러자 앙상한 뼈와 해골을 뒤집어 쓴 내가 뒤척인다 그곳에서 여러 모양의 사람들을 구경한다 단세포같은, 벌레같은, 바람같은, 짐승같은, 로봇같은, 석탑같은, 공룡같은, 괴물같은… 검은 석실에 갇혀 바둥거린다, 나는 겁에 질린 영혼을 꺼내 짓이기면서 사나운 울음소리를 낸다 출구없는 꿈을 벗어나려고 의식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댄다 오, 꿈은 이토록 견고한 공포를 향해 나를 보냈던가 어쩌려고 내 생은 한동안 꿈의 의식을 건설했던가 잠자리에 누워 채 걷히지 않은 비명의 메아리를 토한다 나는 절망의 입자로 재결합된다 몸밖으로 증발되는 무수한 물기, 꿈의 증거를 말리고 있다 2내 몸 안에서 무언가 끝없이 전송된다 호흡이, 시선이, 소리가, 체온이, 청춘이, 눈물이, 생각이, 생각속 상상이 전송되고, 지친 희망들이 전송되고, 엄청난 양의 기억들이 날마다 미래를 향하여 전송되고, 내가 가진 자그마한 종교가 두려움 또는 가벼운 신앙으로 전송된다. 그리고, 흑백의 내 생이 천천히 두꺼운 무덤을 향해 전송되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