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도가 쓴 소설「헤르메스의 기둥」

  • 입력 1996년 12월 16일 19시 56분


「鄭恩玲기자」 유럽을 주무대로 16세기와 20세기를 넘나드는 지적 모험소설 「헤르메스의 기둥」이 서울 대학가 서점을 중심으로 발간 1주일여만에 1만여권이 매진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에 유학중인 한국인 송대방씨(27)가 발표한 이 소설의 주인공 승호는 16세기 화가 파르미지아니노의 「긴 목의 성모」에 담긴 의문을 풀기 위해 권위자로 알려진 교수를 찾아 영국령 지브롤터에 유학온 미술사학도. 그러나 승호는 「긴 목의 성모」에 관한 논문작성과정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던 승호와 애인 하영은 「현자의 돌」이라는 불사약을 먹은 뒤 4백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인물들과 맞닥뜨린다. 잭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16세기 프랑스왕 프랑수아1세와 점술가 마이클로 위장한 프랑수아 1세의 충복 미셸, 「현자의 돌」을 훔쳐먹고 불사의 몸이 된 승호의 지도교수 퍼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전개된다. 작품의 주인공인 승호와 하영이 추적하는 것은 살인사건의 범인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려지는 것은 바로 「서양지성사 순례」다. 작가는 그리스신화와 성경 르네상스예술 서양문화사에 대한 풍부한 정보들을 녹여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파르미자니노, 20세기 화가 키리코, 심지어 아돌프 히틀러까지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신에 도전해 지적탐구를 벌였던 연금술경배자로 그려낸다. 한편 문단에서는 「헤르메스의 기둥」에 대해 『지금까지의 한국소설과는 다른 지평을 연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로빈 쿡, 마이클 크라이튼 등 의사출신의 소설가들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전문가」들이 쓴 소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단 일각에서는 『소설적인 재미 외에 지적인 정보도 제공하는 「헤르메스의 기둥」류의 전문가소설들이 한국소설의 새로운 영역으로 개척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