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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용 주
기를 쓰고 반환점을 통과하자
맨 먼저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찬 것을 먹으면 이가 시리다
신 음식이 싫다
잠이 없어졌다
눈이 흐릿하다(한 이틀 걸려야 술이 깬다)
세상에 대한 열망이, 삶의 또 한 굽이가
그저 밋밋하고 낡은, 부석부석한……
코치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죽어라
악다구니를 쓰는데
긴장으로 뭉친, 탄력으로 내달았던 장딴지가
흐물흐물 녹작지근
길이,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
세차게 뺨을 후려친다
노을이 되어 번지는 코피,
한 손으로 틀어막으며 반바지 추스르는데
무엇보다 오오, 이걸 어쩌나
새벽에 △이 서지 않는다
날이 벼려지지 않는다
―시집 「크나큰 침묵」(96년)중에서
▼약 력
△36세 전북 장수 출생 △정동제일교회 배움의 집 3기 수료 △90년 시집 「오늘의 운세」로 작품활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