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의 세계]한국영화광 오창민…촬영지 찾아 순례

  • 입력 1996년 12월 7일 20시 11분


「李澈容기자」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건축학도. 하이텔의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모임」의 리더. 현재 휴학중. 별명은 「오발탄 키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에 취직할 것인가, 오발탄처럼 정해진 길을 이탈해 영화 속으로 뛰어들 것인가. 吳昌旻(오창민·26·한국산업대 건축과 4년)씨의 요즘 고민이다. 『영화는 저의 꿈이자 현실입니다. 길만 있다면 영화기획이나 시나리오제작을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영화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제대를 앞둔 지난 93년 8월경. 이빠진 호랑이가 돼 내무반에서 뒹굴던 그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비디오가게를 드나들었다. 일주일에 평균 20여편의 영화를 봤다. 한국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특히 「그들도 우리처럼」은 충격이었다. 『쓸쓸한 폐광을 배경으로 학생운동 수배자, 다방 아가씨, 시골 오렌지족 등 상처 하나씩은 안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대하자마자 정선 사북 태백 등지의 「쓸쓸한 폐광」을 순례하며 이번에는 눈이 아닌 온몸으로 영화를 느꼈다. 그리고 한국영화광이 됐다. 『느낌으로 확 다가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외국영화에서는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넘지못할 문턱같은 것을 느낍니다』 가장 아끼는 영화는 「우리 기쁜 젊은 날」. 비디오를 15번 넘게 감았다 풀었다. 근작영화 중에는 「진짜사나이」가 맘에 든단다. 이유를 물으니 보면 안단다. 『우리나라 관객은 외국영화에는 넋놓고 빠져들면서 유독 국산영화에 대해서는 따지기를 좋아하는 것같다』면서. 이런 선입견이 제도적인 가위질보다 더 무서운 검열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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