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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각 저생각]21세기 「세상의 딸들」

입력 1996-10-28 20:29업데이트 2009-09-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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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수난시대에 태어난 너를 환영한다. 특히 일부이지만 여자가 여자를 더 홀대하고 지독히도 아들을 원하는 세상에 울음을 터뜨리면서 나온 너의 용기에 엄마는 찬사를 보낸다. 너의 그 울음소리는 세상에 대한 편견과 앞으로 여자이기 때문에 닥치게 될 모든 것들에 당당히 너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싶구나. 이 다음에 너는 아마 여자의 주가가 상종가인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단다. 네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이면 아마도 너의 경쟁자인 아들들은 여자짝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겠지. 그래도 대를 잇겠다는 집념이 살아 있는 한 딸이 최고라는 생각은 그렇게 빨리 올것 같지도 않고 어쩌면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살아가고 활동할 21세기는 딸들로 인해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국회에서 구색차원에서 여자의원들이 가물에 콩나듯 섞여있지만 그때는 절반쯤으로 늘어나고 여자도 당수가 될 수 있는 정도의 세력팽창을 시도하기 바란다. 네가 하고 싶으면 모든 것을 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네가 세상의 중심이 되고 또 지배할 수도 있단다. 아들이거나 딸이어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지. 일본의 어느 여성사업가가 그랬다는구나. 남성들이 주도하는 비즈니스세계에서 여성사업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자처럼 생각하고 개처럼 일하라고. 엄마는 세상의 아들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세상의 딸들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스러움을 무기로 삼을 필요도 없다. 그저 하나의 인간으로서 함께 경쟁하고 동등하게 취급받으면서 딸들의 세상을 열어갔으면 한단다. 이제 세상에 막 첫발을 들이민 내딸 승희야. 엄마의 세대가 극복하지 못했던 좀더 편협한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너만의 넓고 멋진 세계를 개척하기 바란다.<유춘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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