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도판이나 완성된 건물의 사진이 위주가 되는 종래의
건축 전시회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이번 가우디전은 매우 색다른 의미를 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건물 사진을 보여주는 일은 책이나 도록(圖錄)에 미룬다.
대신 타일 문짝 의자 등 그의 땀이 밴 건축물 부분품들을 보여줌으로써 미술가이
자 도공이며 건축가인 한 예술가가 일생동안 추구한 작품세계는 무엇이며 그 바탕에
는 어떤 작업이 있었는지를 직접적이고 근원적으로 제시해준다.
작품 감상도 이같은 개념 아래 하면 더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시절의 분수대 설계도면으로부터 구엘저택과 납골당, 뉴욕호텔의 스케치를
통해 그가 평생에 걸쳐 머릿속에 그린 「하늘을 향한 이미지」가 마침내 성가족성당
의 첨탑으로 솟아나는 과정을 엿보아야 한다.
비정형과 환상의 공간으로 이야기되는 그의 건축은 자연과 전설의 세계로부터 얻
은 영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 꽃 나무 뱀 갑옷입은 기사 괴물형태가 그저 장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물
본체를 비롯해 굴뚝과 환기통 등에서 중요한 구성요소로 등장하는 점을 놓치지 말
아야 한다.
특히 색채에 주목해야 한다. 기상천외한 형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그의
특유한 색채 사용이기 때문이다.
그의 건축에서 사용된 다양한 색깔의 도자기 파편이 이뤄내는 모자이크의 조화는
현란하고 때로는 몽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고리에서 발코니의 철제난간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부분의 세심한 디자인에서 일
관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엿볼수 있고 유려한 곡선의 의자는 마
치 건축의 일부처럼 보인다.
수많은 모자이크와 색유리 작업이 말해주듯 그는 새로운 문양과 빛의 효과를 표출
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전시회가 뜻깊은 것은 한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
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구도자로서의 삶의 자세를 치열하게 견지하고 있었음
을 일깨워준다는 사실이다.<김진균:서울대교수·건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