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적보존 이렇게 한다" 유적지 땅매입,발굴조사 활발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46분


50년간 발굴,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헤이죠쿄 유적 전경/사진제공 일본나라문화재연구소
50년간 발굴,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헤이죠쿄 유적 전경/사진제공 일본나라문화재연구소
최근 해자(垓子) 흔적이 발견되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진 서울 강동구 풍납토성 유적지. 이 유적지는 1997년 발견된 이후 한성백제의 왕궁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발굴, 보존 계획을 수립하지는 못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사 1명과 비정규 직원 2명이 6년간 발굴과 조사를 전담해온 것이 현실. 40∼50년에 걸쳐 ‘어제’를 탐구해 보존한 뒤 ‘내일’로 넘겨주는 이웃나라 일본의 성공적인 유적보존 사례는 풍납토성의 현실과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니와노미야유적과 오사카박물관

1954년 일본 오사카(大阪)시 중심부에서 7세기 중반 아스카(飛鳥)시대의 궁(나니와노미야·難波宮)터가 발견됐다. 보존의 범위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땅값 비싼 오사카에서도 ‘요지’였던 만큼 보상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국민 차원의 토지매입운동까지 벌인 끝에 보존이 결정됐다. 이후 30여차례의 발굴조사를 거쳐 나니와노미야궁터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됐고 중심부에는 왕궁 복원이 진행 중이다. 2001년에는 유적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오사카역사박물관이 문을 열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왕궁의 복원 과정을 지켜보며 과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헤이조쿄유적

나라(奈良)현 나라시에 있는 헤이조쿄(平城京) 유적은 7세기 중반 일본 쇼무(聖武)천황이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다. 1951년 유적지 인근에 설립된 나라문화재연구소는 헤이조쿄 유적조사부를 설치해 발굴 조사를 전담해왔다. 벌써 50년 넘게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

발굴이 마무리된 지역은 7세기의 공법을 사용해 복원하고 있다. 헤이조쿄 안에 있는 헤이조큐(平城宮) 북쪽에 자리잡은 스자쿠몬(朱雀門)이 대표적인 복원 건축물. 유구(遺構)를 그대로 놓아두고 그 위를 1m 정도 흙으로 덮은 뒤 건물을 세운다는 점이 특이하다. 세월이 지나 새로 지어진 건축물은 사라지더라도 원래 건축물이 있던 자리는 남겨두기 위해서다.

#사야마이케박물관

오사카시 남쪽에 자리잡은 사야마이케(狹山池)는 1400년 전부터 오사카의 ‘젖줄’이었다. 1988년부터 시작된 학술발굴을 통해 이 저수지의 제방 축조에 관한 비밀이 밝혀졌다. 7세기 초 처음 만들어질 당시 바닥에 진흙을 깔고 그 위에 나뭇잎과 흙을 다져 넣어 층층이 쌓아 올렸던 것. 이 축조기술은 풍납토성과 김제 벽골제 등에서 쓰였던 축조술과 같아 토목기술이 중국에서 백제를 거쳐 일본에 전해졌음을 증명해준다.

보수공사로 제방은 새 모습을 갖췄지만 학술발굴의 결과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사야마이케박물관으로 고스란히 옮겨갔다. 박물관은 10억엔(약 100억원)을 들여 과거 제방의 일부(높이 15.4m, 폭 3m, 길이 62m)를 절단해 그대로 가져다놓았다. 출토된 토기와 목재 수로 조각 전시물은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한다.

이 박물관은 일본이 자랑하는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安藤忠男)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현대적인 틀에 과거를 담아놓은 셈이다.

오사카·나라〓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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