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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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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진했던 한국 수출은 올해엔 회복세를 보였다. 무역수지 흑자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며 수출회복 속도도 경쟁국들보다 빠른 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출전선은 낙관할 만한가. 동아일보는 30일 '제39회 무역의 날'을 맞아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한국의 무역환경을 전망해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수출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세계경제 불안, 중국의 급부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경쟁 등 아직 곳곳에 '암초'들이 널려있다고 진단했다. 좌담회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무역클럽에서 1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
<참석자>
임내규 산업자원부 차관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배종렬 삼성물산 총괄사장
조건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사회)
▽조건호 부회장(사회)〓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수출이 잘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수출 대상국을 보면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유럽연합(EU)과 일본 시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듯합니다.
▽임내규 차관〓올 초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은 5월을 기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그동안 선진국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각종 경영혁신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국가 이미지 제고도 한몫했습니다.
중국 일본 EU 등은 한국의 주요 수출전략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시장입니다.
첫째, 일본은 국산 부품의 국제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국산 부품이 일본에서 판로를 확보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중국을 현격한 기술격차로 따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EU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지향적 시장입니다. 유럽에서 한국 브랜드를 확립할 수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사회〓중국의 흡인력을 생각한다면 기업 처지에서는 중국에 공장 건설이나 국내시설 이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 경제적 관점에서는 산업 공동화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과 중국 경제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은 어떤 것일까요.
▽배종렬 사장〓9월 말 현재 한국 수출에서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로 미국(20.2%)을 앞질러 1위입니다.
중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은 세 가지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 중국은 거대 시장인 동시에 세계적인 공장이라는 것.
둘째, 중국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
셋째,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문제점을 계속 주시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 관리들도 인정하듯 금융시스템의 부실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안충영 원장〓지난달 16차 공산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보면 공산주의 혁명의 원로들은 퇴진하고 개혁지항적 전문 관료들이 부상했습니다.
시장경제를 가미한 사회주의 체제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향후 유망한 중국 시장을 꼽으라면 급속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서비스 산업입니다. 서부 대개발에 맞춰 건설시장에도 문호가 넓게 열려 있습니다.
공산당 간부직에 진출할 만큼 영향력이 높아진 사영 기업과도 관계를 강화하면 좋겠지요.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통상정책을 공세적으로 전환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의 통상 문제가 정부 차원으로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사전에 업계 차원의 협의회를 구성해 자율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내년에 가장 눈여겨봐야 할 통상 환경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입니다.
DDA 협상 종료까지는 아직 2년여가 남았습니다만 정부는 DDA 협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임 차관〓DDA협상은 농업 등 일부 분야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협상 관련 부처 장관회의와 민간합동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부처별 DDA 전담 태스크포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반덤핑 공동제안서 제출을 위해 이해당사국끼리 조직한 ‘프렌즈 그룹’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회〓내년 세계경제의 향방은 미국 경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 경제는 ‘더블딥(이중 침체)’의 위험에서 벗어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안 원장〓미 경제는 소비 위축, 달러화 약세, 유가 상승 등 세 가지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실물경제는 건실합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시작된 생산성 향상이 전통산업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불확실한 양상을 보이다가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하반기부터 3% 중반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사회〓최근 수년간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선박, 컴퓨터 등 대기업 제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계속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중소기업은 어떻게 수출 활로를 개척해야 할까요.
▽배 사장〓5대 주력 품목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완제품을 생산할지, 아니면 부품 산업에 주력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완제품을 생산할 경우 기존 중소기업과 같은 방식으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주력 수출품목에 부품을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이 더 유망하다고 봅니다.
휴대전화에는 550∼600개의 부품이 필요하며 현대 자동차의 부품 공급 업체만도 1만6000∼2만개에 달합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일류 부품을 제공하고 대기업은 일류 완제품을 만드는 식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리〓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