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위기가 때로 기회를 낳기도 하는 법. 이같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농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선구자들이 있기 때문. 올 3월 경북도농업기술원에 설립된 경북벤처농업대학에 입학한 농업인 학생 35명이 한국농업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주역들이다. 이들은 시장개방이라는 ‘도전’에 새로운 영농 기법 및 마케팅을 통한 ‘응전’에 땀을 흘리고 있는 것.
일요일인 10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마을. 주민 120여명은 몰려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쉴새 없이 움직였다. 이날 성곡마을을 찾은 도시민은 800여명. 대구 경북뿐아니라 부산 울산 경남 충북 등지에서 가족들이 손을 잡고 성곡리를 찾아왔다. 농촌을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 짜낸 첫 아이디어에 도시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
농촌을 체험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이른바 ‘그린투어리즘’이 등장한 것이다. 농촌의 인구가 줄어들고 수입농산물로 농촌경제가 쇠퇴하는 것을 원망하는 대신 발상을 바꿔 농촌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시도였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낸 주민 박성기(朴成基·40)씨도 경북벤처농업대학 학생이다. 대학에서 농학을 공부한 박씨는 벤처농업대학에 다니면서 농업과 농촌에 대한 시각이 새로워졌다고 한다.
“9월 농업인들과 함께 일본의 농촌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어요. 인구감소 등으로 쇠퇴하는 농촌을 새롭게 변모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을 살펴볼 수 있었답니다. 그 가운데 그린투어리즘은 빨리 도입해야 할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농촌의 가능성이 매우 많다는 것을 실감했지요. 그래서 당장 실천에 옮겼습니다.”
1년과정 중 학생들은 한달에 한번씩 강의와 현장연수를 받는다. 3월부터 11월까지 배우고 익힌 실력은 갈수록 살이 찌고 있다. 토요일에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강의를 듣고 다음날엔 곧바로 전국 곳곳의 앞서가는 농업현장을 직접 찾아 보고 체험한다.
그동안 농업인 학생들은 21세기 농업정책, 한국농업 발전전략, 농산물 마케팅 및 홍보, 인터넷 정보검색과 활용 등을 공부하는 한편 포장공장, 도라지 가공공장(경남 진주),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 잠실롯데월드 농산물 코너, 허브농장(충북 청원), 매실농원(전남 광양) 등 전국 곳곳을 찾아다녔다.
특히 지난 9월 일본 구마모토현 오구니(小國) 지역에서 열린 현장 교육은 농업과 농촌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인구 9700명인 오구니는 두메산골인데도 연간 95만명이 관광을 올 정도로 부농으로 탈바꿈한 곳. 85년부터 시작된 ‘일본제일의 마을 만들기’ 사업이 오구니를 살려냈다.
벤처농업대학생들에게 쇠락을 거듭하던 농촌은 이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주시에서 한우 70두를 사육하는 서양환(徐良煥·40·한국농업경영인회 경주시연합회 사무국장)씨는 “10개월 가량 앞서가는 농촌과 농업을 겪어보면서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며 “농촌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이 있는데도 그동안 좁은 생각에 파묻혀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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