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아랍권의 우려=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하는 아랍권의 우려는 더욱 짙어졌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경우 중동지역은 미군에 대한 지원과 향후 지역패권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분열과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에 기지를 내줄 수 없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고, 터키도 자국내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라크 공격에 내심 반대하고 있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목표로 선언했지만 실제 중동 전역이 몇몇 나라로 쪼개질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아랍인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중동의 석유자원을 선점하려는 속셈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다만 쿠웨이트의 일간지는 "이제 이라크들이 구원의 날까지 남은 날짜를 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세계의 우려=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독일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이라크 유엔결의안에 잇따라 제동을 걸자 최근 재선에 성공한 슈뢰더 총리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었다.
독일 언론들은 "선거는 미국이 보수적인 나라임을 입증했다"면서도 2004년 대선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정국운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일부 의회 지도자들은 이라크 공격에 제동을 걸 만한 미국 내 견제장치가 사라졌다고 걱정했다. 겐나디 쥬가노프 공산당수는 "미국이 이라크 석유를 장악해 국제유가를 떨어뜨리면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망가진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이라크와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미국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