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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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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결혼식때 별 생각없이 남자가 여자에게 건네주는 반지. 왜 사람들은 반지를 주고받을까.
독일의 민중서사시이자 바그너의 악극인 ‘니벨룽의 반지’, 영국의 환타지 작가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등 영웅의 얘기에는 왜 반지가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약혼 결혼식에서 반지를 교환하는 풍습은 유럽에서 온 것이다. 오늘날은 두 사람이 약혼할 뜻을 갖고 있다면 그 의사만으로 충분히 약혼이 성립하지만 로마법을 만든 고대 로마 사회에서는 그런 추상적 의사같은 것은 신뢰하지 않았다. 약혼은 오늘날 집을 사는 것과 비슷한 계약이었다. 그들은 무언가 눈에 잡히는 등기부같은 구체적인 물증을 요구했다. 그 물증이 바로 반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반지의 기원은 약혼 반지에 있지 않다. 반지는 그 전부터 보다 요긴한 역할을 했다. 반지는 장신구 중에서 우리 몸에 가장 가깝다. 약간 과장되게 말하자면 신체의 일부분과 같다. 목걸이와 비교해도 반지가 몸에 좀 더 밀착돼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반지는 쉽게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되는 도장 역할을 했다.
옛날에는 도장을 도난과 분실로부터 예방하기 위해 끈으로 묶은 다음 목이나 팔에 매달기도 했다. 그 뒤 도장과 반지를 하나로 묶은 도장 반지가 고안됐다. 반지가 권력을 상징하는 심벌이 된 것도 도장 반지의 기능과 무관하지 않다.
‘니벨룽의 반지’에서 황금의 반지는 권력과 사랑의 장대한 서사시를 연결하는 끈이 된다.
이 반지를 찾아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자는 싸움을 불러 일으키고 몰락해야만 한다. 바그너는 황금이나 반지가 내포하는 매혹적이고도 위험한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다.
현대에 가까이오면서 반지의 기능은 변화를 겪었다. 약혼 결혼식때는 남자만 여자에게 반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게 반지를 주는 경우도 많다. 약혼이나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랑의 증표로 반지를 주고 받는다. 심지어는 혼자서도 반지를 끼고 다닌다. 여러개를 같이 끼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이제 반지는 순수한 장식이 됐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반지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느낀다. 왜일까.
저자는 독일 문화를 전공하는 일본 간사이(關西)대 교수. 유럽의 문헌에서도 찾기 힘든 반지를 주제로 글을 쓴 것은 참신하다 할 수 있지만 ‘깊이’가 부족해 책을 다 읽고나면 약간의 실망감이 남는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