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9월 15일 19시 3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 강북지역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재개발해 고밀도 고급아파트를 짓도록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 그는 “부동산가격 상승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탓도 있지만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가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부동산가격 급등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책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부적절하며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왜 이런 지적이 나오는지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 보면 자명하다.
9월12일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민주당 의원 모임에서 “금리를 올리면 국민과 기업에 심리적 패닉(공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박 총재는 즉각 “정부가 금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바람에 국민은 정부가 콜금리를 정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라며 “선진국은 정부 관료들이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못하도록 입단속을 한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총재 취임 후 “앞으로 한은의 정책은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합리적이고도 예측 가능하도록 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나친 의욕 탓이었을까. 4월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 1,500까지 가야 한다”고 ‘오버’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은 총재가 구체적인 주가 전망치까지 제시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의 발언을 믿고 증권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다면 한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것은 뻔하다. 박 총재는 89년 건설부장관 재임 때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발언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집값 폭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었기 때문이다.
박 총재의 입이 좀 더 무겁고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렸으면 좋겠다.
한은은 금리정책을 통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총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때와 장소,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려야 설화(舌禍)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철기자 경제부 sckim007@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