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맨얼굴의 사랑’은 불가능하다 ‘루주’

  • 입력 2002년 1월 4일 18시 37분


◇ 루주/유미리 지음/257쪽 8000원 열림원

일본에서 촉망받는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34)의 2000년 신작 소설.

그녀의 최신작은 불우한 가족사를 담은 ‘가족시네마’(97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에서 멀리 달아난다. 유미리 최초로 감성적인 연애를 다루면서 대중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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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 마리 나비가 날아오르는 느낌으로 다가온 스무 살, 첫사랑의 예감’이란 출판사의 광고 카피는 상습자살을 기도했던 미혼모 출신이란 작가 이력과 대조적이다.

주인공 리사는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다. 화장품 회사 직원으로 들어갔다 우연히 모델로 발탁된다. 그러나 그녀는 화장하기를 싫어한다. 번민 끝에 만난 남자는 스무살 차이 나는 이혼남과 젊은 사진작가 게이.

특히 화장의 허상을 떠나려는 리사와 사진의 허상에 번민하는 작가의 만남은 비극적인 결말은 이룬다.

결국 연애의 달콤함이나 신데렐라의 꿈은 관계의 피로에 부르튼 피부를 빤질하게 포장하는 새빨간 루즈 같은 것. 보편적 남녀 사이에서 관계맺음의 불가능하다는 작가의 냉엄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번역자인 김남주씨의 말처럼 “현대의 사랑이란 화장한 얼굴끼리 만나야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것”을 반증하듯.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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