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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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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을 한푼이라도 빨리 회수하려면 은행 민영화가 시급한데 은행 민영화를 지원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뒤로 미루는 것은 국회의 직무 유기입니다.”(서울 강남구 H씨)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19일 폭주하는 법률안을 심의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며 정부에서 제출한 법률안 처리를 무더기로 내년으로 넘기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정기국회 초기에 제출된 법안들에 대해 이제 와서 심의할 시간이 없다는 변명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많은 시간을 정쟁(政爭)에 허비하다 정작 힘써야 할 법안 심의를 뒤로 미룬다면 이해해 줄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정부는 발표하고 국회는 뒤로 미루는 일이 반복돼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부산 금정구에 산다고 밝힌 한 시민은 “정부가 시행 시기까지 못박아 발표한 정책이 국회 심의 지연으로 연기되면 정부 정책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경제부의 한 사무관은 “국회는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공적자금 4조5000억원어치에 대한 차환발행 동의마저 내년 2월 이후로 미뤘다”며 “3월까지 처리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때까지 마음 고생할 생각을 하면 황당하다”고 털어놓았다.
한 증권사 간부는 “주식투자자의 손해를 줄이기 위한 상장지수펀드(EFT) 도입이 국회의 법안 심의 연기로 무산돼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97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은 정치였었다는 사실은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
“노태우 정권 시절 여소 야대 때는 법안 심의조차 안했는데 요즘은 그때보다는 낫다”는 한 공무원의 체념은 정치에 발목을 잡힌 경제 정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홍찬선<경제부>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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