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뉴스]토리-브렌리 감독의 '묘한 인연'

  • 입력 2001년 10월 26일 20시 16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두 팀의 감독인 조 토레(뉴욕 양키스)와 밥 브렌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묘한 인연이 있다.

밥 브렌리가 80년대 후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일원으로 월드시리즈 경기를 치렀을 당시 조 토레는 ESPN의 야구 해설가로 활동 하고 있었다. 물론 월드시리즈 현장에 가서 경기 해설을 했다.

토레 감독이 96년 뉴욕 양키스의 사령탑에 올랐을 때 해고 됐던 감독은 벅 쇼월터 였는데 브렌리 감독이 2001년부터 애리조나의 지휘봉을 넘겨 받기전 해고된 감독도 역시 쇼월터였다.

여기서 아주 재미나게 펼쳐지는 것은 쇼월터 전 감독은 현재 ESPN 라디오에서 해설가로 활약하며 플레이오프 중계석에 앉았으며 ESPN의 인기 야구 프로그램 베이스볼 투나잇의 분석가로 활동 중이다.

토레 감독이 월드시리즈에서 3연패를 하는 동안 브렌리가 폭스 스포츠의 해설가로 활동한 것도 재미난 사실 중의 하나다. 토레가 마이크를 놓고 감독이 됐고 브렌리도 역시 방송을 하다가 메이저리그 감독이 된 것을 지켜본 방송 관계자들은 쇼월터가 다시 새로운 팀을 맡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이렇게 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토레 감독과 브렌리 감독의 대결은 팬들의 흥미를 자극 한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비교적 선수들을 자유롭게 풀어 놓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선수와의 미팅을 하지 않고 이것 저것 규칙을 만들지 않는다. 특히 브렌리 감독은 자유 주의자다. 브렌리는 처음 감독으로 부임 했을 때 80페이지나 되는 규칙 책자를 바닥으로 집어 던지고는 주머니에 있던 메모지를 꺼내더니 “시간 잘 지키고, 열심히 플레이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규칙이다”라고 선언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는 애리조나의 베테런 선수들로 하여금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은 서로 등판이 없는 날이면 시즌 중에도 오전에 함께 골프를 치러 다닐 정도다.

양키스의 토레 감독도 조용히 뒷짐을 지고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잔소리가 없기에 라커룸 분위기는 자유 분방하면서 화기애애 하다고 한다. 다이아몬드백스와 양키스의 라커룸 분위기는 이런 점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감독의 다른 점이 있다면 경기를 풀어 나가는 스타일이다.

토레 감독은 될 수 있으면 투수 로테이션이라든가 타순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또 위기에 몰려도 감정을 쉽게 노출하지 않는다. 토레 감독은 지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때 오클랜드에 홈 2경기를 내주고도 “우리는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고 침착하게 말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토레 감독의 발언은 비웃음 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디비전 시리즈가 시작된 이래 홈 2경기에서 패하고 나머지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끈 팀은 단 한 팀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레 감독은 그러나 조용히 리더십을 발휘 했다. 양키스 선수들은 토레 감독의 차분함에 영향을 받아 동요하지 않고 원정 3,4차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홈에서 열린 5차전에서도 신승,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 했다

다이아몬드백스의 브렌리 감독은 토레 감독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브렌리 감독은 고정 관념에서 탈피한 팀 운영으로 다이아몬드백스가 구단 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브렌리 감독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라이업을 짜지 않는다. 그날의 ‘느낌’에 따라 선수를 기용한다.

예를 들어 그는 지난 디비전 시리즈 때 5경기 중 4경기에서 새로운 얼굴을 1번 타자로 기용 했다. 브렌리 감독이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로 랜디 존슨 대신 커트 실링을 기용한 것도 역시 ‘느낌’에 의한 결정이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시리즈 5차전에서 다이아몬드백스가 3-2로 리드하던 8회에 중간 계투 요원을 투입하지 않고 22세의 어린 클로저 김병현에게 2이닝을 던지게 한 것은 기존 감독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용단이었다. ‘전통주의자’들은 브렌리 감독의 스타일을 ‘도박형’이라고 깎아 내렸지만 결과는 항상 브렌리의 편이었다.

두 감독이 또 다른 것은 브렌리는 현역 선수 시절 평범했지만 토레는 수퍼스타급 선수였던 것이다. 브렌리의 선수시절 평균 타율은 2할4푼7리에 불과 했다. 은퇴 후 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감독인 더스티 베이커 밑에서 코치 수업을 받았다.

토레 감독은 71년에 내셔널리그 MVP가 될 정도로 인정 받는 포수/3루수였다. MVP로 뽑힌 해 그는 3할6푼3리의 타율에 137타점을 올렸다. 그는 생애 통산 2할9푼7리의 타율에, 252홈런, 1185타점을 기록했다.

브렌리가 루키 감독인데 비해 토레는 1977년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 했다. 그는 77년 뉴욕 메츠를 맡아 지도자로서 새길을 걸었고 82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직장을 바꿨다. 84년부터 그가 새롭게 시작한 것은 방송 생활. 당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해설가로 활동하며 명성을 드높였다.

그는 그러나 1990년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세인트루이스의 감독이 된 토레는 95년 시즌 중반에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해고 됐다. 그리고 96년부터 양키스를 맡고 월드시리즈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저 작 권 자: ICC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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