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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황이 남긴 ‘사랑과 화해’의 숙제

입력 2005-04-03 21:04업데이트 2009-10-09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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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어제 새벽 서거해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평화와 화해의 사도(使徒)였던 그의 발자취는 로마 가톨릭 교회사(史)는 물론이고 위대한 종교 지도자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는 세계 11억 가톨릭 신도의 최고 지도자를 넘어 60억 인류의 영적(靈的) 지도자였다.

가톨릭의 변방이나 다름없는 폴란드 태생인 그가 교황에 선출된 것은 신의 섭리이자 계시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공산권 최초이자, 비(非)이탈리아 출신으로는 456년 만에 교황이 됐다. 즉위 1년 뒤 교황은 고국 폴란드를 전격 방문해 레흐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 지지를 선언했고 폴란드 공산체제는 1년여 뒤 무너졌다. 불길처럼 번진 자유화의 물결은 동유럽 구체제의 붕괴로 이어졌고, 결국 70년에 걸친 20세기 냉전의 종식을 가져왔다.

교황은 26년의 재임기간 중 104회에 걸쳐 129개국을 순방했으며 특히 팔레스타인 등 분쟁지역에서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 평화의 순례자였다. 또 터키인 이교도로부터 저격을 당했으나 범인을 용서한 사랑의 실천가이기도 했다. 1984, 89년 두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한국인 순교성인 103위 시성식과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주재하는 등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선교사가 파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음이 전파된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교황은 특히 로마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고해하고 참회한 용기 있는 신앙인이었다. 중세 십자군 원정과 종교재판 및 유대인 박해를 공개 참회했고,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를 복권시켰다. 또 다른 종교에도 ‘진리의 씨앗’이 있음을 인정했다.

2000여년 전 사도 베드로는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다 부활한 예수를 만나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Quo Vadis, Domine)”라고 물었다. “나의 양들을 위해 다시 십자가를 지러 간다”는 답에 충격을 받은 베드로는 로마로 돌아가 민중과 고통을 나누다 순교했다. 그가 초대 교황이다.

이제 인류는 그리스도의 곁으로 돌아간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향해 묻고 실천해야 한다. “교황이여 어디로 가십니까(Quo Vadis, 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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