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벤처캐피탈, 상반기 실적저조속 투자양극화

  • 입력 2001년 7월 31일 19시 19분


벤처캐피털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 벤처캐피털업체들은 하반기에 벤처투자를 전반기에 비해 2∼3배 가량 늘리는 반면 중소형업체들은 신규투자는 고사하고 투자지분의 헐값 처분에 나서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체의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가운데 덩치에 따라 대응전략에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저조한 상반기 실적〓상반기 코스닥시장이 침체를 겪고 벤처거품이 붕괴되면서 벤처캐피털업계의 실적 악화가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잠정 집계한 올 상반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는 올 상반기 매출이 117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3842억원보다 69% 감소했다. 상반기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나 줄었다. 한국기술투자도 상반기 매출이 28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954억원에 비해 절반이 넘게 줄었다. TG벤처도 올 상반기 매출이 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 줄었다.

KTB의 권오용상무는 “실적 악화는 예견된 것이었으며 코스닥시장 침체를 감안하면 오히려 선방한 셈”이라며 “그동안 벤처캐피털이 일정 기간 지분을 처분 못하는 락업(lock up)조항에 걸려 경영에 애로를 겪어왔으나 이 조항이 풀려 하반기에는 훨씬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심화〓대형 벤처캐피털업체들은 하반기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보수적인 투자로 어느 정도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판단 아래 ‘이제는 투자에 나설만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정부의 무제한적인 지원도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하반기에는 벤처투자에 848억원, 구조조정사업에 954억원을 집행해 총 1802억원을 투자할 계획. 이는 상반기 벤처투자규모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치. 한국기술투자도 하반기에 4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해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의 두배를 넘는다.산은캐피탈도 올해 1500억원 투자예산중 하반기에 1000억원을 집행한다.

한국기술투자의 서정기팀장은 “여전히 절반 가까이를 정보통신쪽에 투자하며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순으로 대부분 투자를 계획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150여개 벤처캐피털중 하반기 투자계획을 가진 곳은 대형업체 위주로 약 20군데에 불과한 실정. 99년부터 대박을 꿈꾸고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중소 벤처캐피털업체들은 기존에 투자한 지분을 처분하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심지어 명동 사채시장에 기웃거리며 액면가와 이자 정도만 받고 처분하려고 해도 처분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중견 벤처캐피털업체인 오닉스벤처투자관리 김정주대표이사는 “당연히 창투사를 팔려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역시 헐값에 내놓아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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