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유호열/"황장엽 방미논란'정책 문제점 잘 지적

  • 입력 2001년 7월 13일 18시 49분


요즘 신문을 읽다보면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나 싶어 절로 탄식이 나온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에 걸쳐 불안하고 짜증나고 한심한 일들뿐이다.

12일자 A1면과 A8면에 보도한 제4차 ‘국민체감지표 동아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대다수가 이런 느낌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걸핏하면 자신들의 행동을 국민의 뜻이라고 밀어붙이는 풍토에서 진정한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일깨워준 기사였다. 이 여론조사는 3개월마다 동일한 설문과 조사방법으로 실시해 다른 기획 여론조사와 차별성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도를 더해 주었다. 그러나 수많은 문항의 질문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매개 변수별로 답변이 어떻게 차별화됐는지 등을 동아닷컴에 별도로 소개해 관심 있는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 좋겠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가 강화됐으며 이로써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우방인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는 갈등 요인만 부각되고 있다. 정부 주장대로 양국 모두 보수 우파 정당이 집권했기 때문이라면 과거에는 진보세력이 집권했기 때문이란 논리가 된다.

황장엽씨의 미국 방문을 다룬 5일자 A5면 ‘김정일 공개비난 할라-정부 우려’, 6일자 A3면 ‘황장엽 방미-한미 쟁점화’, 7일자 A4면 ‘깊어가는 황딜레마’ 기사와 6일자 A5면 ‘황장엽씨 미국 가게 하라’는 사설 등은 정부의 일방적 대북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

또한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로 한일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10일자 A4면의 ‘일 콧방귀…한국정부 목청만 높인 꼴’과 12일자 A5면 ‘한일 새 파트너십, 대폭 재검토 불가피’ 기사 역시 부도덕한 일본을 규탄하기에 앞서 우리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응을 지적함으로써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투철한 현실감각과 치밀한 대응을 촉구한 점이 돋보였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민주주의 실현에 크게 기여한 언론사들을 부패한 개인기업으로 끌어내리려 하지만 국민이 가장 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인 정치인들이 국세청과 검찰을 앞세워 추진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5일자 A4면 ‘정치인 잣대로 문화인을 폄하말라’는 소설가 이문열씨와 추미애 의원의 ‘곡학아세 논쟁’ 기사와 6일자 A4면 ‘매카시즘 잣대로 몰지 말라’는 ‘빅3’신문 기고 외부 필자들의 반응 기사, 7월 7일자 A3면의 ‘사주의 지시로 글을 쓰느냐’는 추의원의 폭언전말 기사 등은 개인의 취중언행을 여과 없이 다루었다는 비판의 소지도 있지만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정부 여당의 주장을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 기사들이었다.

9일자 A5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착각’이란 사설은 언론의 정도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제시해줬으며 10일자 A7면 원로지성의 시국대담(‘남북-언론문제 편가르기 국론분열 초래’)은 정치권 전체가 곱씹어 봐야 할 고언이었다.

유 호 열(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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