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신공항 고속도 통행량 예측 잘못…국고 4300억 낭비

  • 입력 2001년 5월 16일 18시 45분


인천국제공항과 수도권을 잇는 신공항 고속도로(40.2㎞)의 자동차 통행량 예측을 잘못해 올해 약 517억원 등 앞으로 9년간 4300여억원의 국고를 허비할 것으로 예측됐다.

교통개발연구원이 16일 작성한 ‘신공항 접근 교통수요 산출’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루 예상 평균 통행량은 5만2000대로 건설교통부와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신공항하이웨이㈜와의 계약 통행량인 하루 11만600여대의 4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3월 29일 개항 이후 실제 교통량도 하루 5만대를 밑돌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에도 통행량은 계약 통행량의 48.2%에 그치는 등 2009년까지 계약 통행량의 9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통행량 부족으로 정부는 하이웨이측에 올해 약 517억원, 2004년에는 최고 900억원 이상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건교부 관계자는 “개항 이후 연말까지의 지원액을 내년초 산정해 부(部)의 예비비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정부 지원액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기 위해 교통개발연구원에 교통수요량 산출을 의뢰했으며 곧 최종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다.

삼성물산 ㈜한진 등 11개사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신공항하이웨이㈜는 96년 이후 1조4760억원의 민간자본을 투자해 신공항 고속도로를 건설했으며 30년간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토록 정부와 계약했다.

정부는 민자(民資)의 투자비 회수를 보장하기 위해 일정 계약 통행량을 정했다. 통행료 수입이 계약한 액수의 90%가 되지 않으면 90%까지는 정부가 지원하되 통행료 수입이 계약 액수의 110%를 넘으면 정부가 회수토록 한 것.

계약 통행량과 연구원이 예측한 통행량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계약 통행량이 94년 예측한 것이기 때문. 그러나 개항과 함께 완공될 예정이었던 영종도와 주변 용유 무의도 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공항 배후단지 건설 등이 외환위기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면서 교통수요가 크게 줄었으나 계약 통행량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서울대 지리정보공학과 김시곤(金示坤) 교수는 “고속도로 공사비 가운데 60% 이상(약 9300억원)을 차지하는 영종대교를 ‘자정식 현수교’로 건설하면서 공사비가 3배 가량 늘어난 것도 계약 통행량을 줄이지 못한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신공항하이웨이㈜ 관계자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통행량이 적으면 회사도 재정 압박을 받기 때문에 더 많은 관광객이나 환송객들이 공항과 주변 지역을 찾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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