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불능 가축대란 오나＂ 구제역 공포 확산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36분

“기어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지난달 19일 영국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온갖 방법으로 구제역의 유럽 본토 상륙을 저지해 왔던 유럽 국가들은 13일 프랑스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되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영국과는 달리 프랑스의 구제역이 급속히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란 공포 심리가 번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여기에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해 미주 대륙까지 ‘구제역 사정권’에 든 데다 터키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구제역이 발병해 구제역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佛 "대대적 방역도 허사…" 좌절감▼

○…프랑스 당국은 13일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북서부 마옌 지방 농장 인근에 영국에서 양을 수입했던 농장이 있어 영국으로부터 구제역이 전염됐을 것으로 추정. 프랑스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1981년 이후 20년만이다.

프랑스 당국과 농부들은 그동안 영국산 양 및 이 양들과 접촉한 가축 5만마리를 도살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음에도 구제역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크게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영국의 닉 브라운 농무장관은 프랑스로 구제역이 확산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영국으로서는 구제역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 이에 대해 아일랜드 정부의 한 각료는 12일 영국이 구제역 확산 방지에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영국을 ‘유럽의 나병환자’라고 맹비난했다.

▼EU, 예방접종 당분간 않기로▼

○…유럽연합(EU)은 구제역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가축들을 대상으로 구제역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데이비드 번 EU 보건소비자보호담당 집행위원이 14일 밝혔다.

번 집행위원은 “구제역 예방접종은 최후의 조치가 될 것”이라며 “가축들에 대한 구제역 예방접종은 경제 보건과 관련해 문제가 너무 많아 현단계에서는 시행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이 자연적으로 멈출 경우 마지막 구제역 발생 시점부터 6개월 정도 뒤에 육류 및 관련 제품 수출을 재개할 수 있으나 예방접종을 할 경우 접종을 받은 가축이 전량 소비되고 그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수출을 재개할 수 없기 때문이란 것.

▼아르헨, EU서 禁輸하자 즉각 시인▼

○…아르헨티나 식품위생청(SENASA)은 13일 성명을 통해 구제역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가축전염병대책기구에 이를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아르헨티나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루머와 관련해 EU가 아르헨티나산 육류와 가축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직후 나온 것.

일부 축산업자들은 최근 수주일 동안 전역에서 300여건의 구제역 발생 사례가 보고됐다고 주장했으나 정부가 구제역 발생 사실을 공식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美, 유럽산 육류 전제품 검역▼

○…미국 농무부는 이날 구제역의 전염을 막기 위해 지난달 21일 이후 유럽에서 미국으로 선적된 모든 육류 제품을 검역하겠다고 발표했다.

농무부는 또 각 공항과 항구의 동물검역반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검역요원 1800명을 추가로 급파해 입국자들의 검역과 육류 반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

농무부는 아울러 구제역 전염을 막기 위해 유럽 국가의 농장이나 목장을 방문한 후 입국하는 사람은 반드시 세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또 구제역 바이러스가 옷 등에 묻어 유입되는 것을 우려해 모든 입국자들에 대해 최소한 5일 이상은 가축들과의 접촉을 금지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