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화절하=외국인매도 아니다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3시 45분


원화가치 하락이 곧바로 외국인 순매도로 이어진다는 통념에 도전장이 날아들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시황분석가는 23일 데일리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원화절하가 97년과 달리 곧바로 외국인 순매도를 유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론의 골자는 원화가치 하락이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외국인들의 포트폴리오 편입기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화약세가 전세계적인 달러강세 구도하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단 원/달러 환율상승이 한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모리 일본총리의 불신임안이 상정될 당시 엔/달러 환율도 110엔대로 올라섰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약세도 새삼스런 현상이 아니다. 대만 달러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 통화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제투자자금이 굳이 'Sell Korea에 나설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는 또한 현재의 외국인 포트폴리오가 97년보다는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고 강조한다.

타이거펀드의 파산이후 환율변동에 가장 민감한 헤지펀드의 단기 포지션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주식은 물론 통화까지도 직접 공략하는 헤지펀드의 비중도 과거보다 감소했다.

올해들어 삼성전자를 대량 보유한 외국인 자금은 컨트리 리스크에 민감한 '지역 분산투자펀드'가 아니라 '섹터펀드'다. 전세계 반도체 주식중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이 양호한 삼성전자를 보고 투자한 것이지 이머징마켓의 일부분을 편입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매수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당연히 환율보다는 나스닥시장의 반도체주식 동향이나 DRAM 가격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같은 분석을 통해 외국인들은 97년과 달리 일정수준의 원화절하를 용인해 줄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즉 '원화절하=외국인매도' 등식이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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