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79)

  • 입력 1997년 5월 11일 08시 58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32〉 이튿날 아침, 짐꾼 신바드는 아침 기도를 드린 다음 뱃사람 신바드의 저택으로 갔다. 그는 주인에게 인사를 드렸고, 주인은 그를 반가이 맞아 자기 옆에 앉혔다. 다른 손님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하인들은 식사를 날라왔고, 일동은 배불리 먹고 마셨다. 좌중의 흥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주인은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그럼 이제부터 저의 세번째 항해 이야기를 들려드릴테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이야기보다 훨씬 희한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어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두번째 여행에서 나는 실로 막대한 재물을 얻었습니다. 그 엄청난 돈으로 나는 한 동안 바그다드에 머물면서 지극히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나는 싫증이 났습니다. 근본이 천하여 그렇겠지만 나는 또 다시 타국 하늘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객지의 바람을 쐬며 험난한 모험을 해보고 싶어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원래가 고난 속에 처하면 행복한 생활을 그리워하고 행복한 삶에 안주하고 있으면 다시 고난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나는 마침내 항해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자 나는 곧 바소라로 갔습니다. 낯선 도시와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바소라에는 때마침 멋진 배 한 척이 출항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선원도 넉넉히 태우고, 수많은 상인이며 부자들, 그리고 고관이나 신앙가들까지 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탔습니다. 배에 오른 나는 아무 탈없이 목적지에 당도하게 해 주십사고 전능하신 알라께 빌었습니다. 이 기도의 덕택이었던지 우리를 실은 배는 바다에서 바다로, 섬에서 섬으로 더없이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였습니다. 상인들은 배가 닿는 곳마다 장사도 하고, 새로운 풍물을 구경하며 유쾌하게 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뱃전에 서서 거친 파도가 굽이치는 망망대해를 살피고 있던 선장이 돌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리고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돛을 접고 닻을 내려라!』 그 예사롭지 않은 선장의 표정과 목소리에 우리는 물었습니다. 『대체 왜 그러시오, 선장?』 그러자 선장은 운명을 앞둔 사람의 그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승객과 선원 여러분! 부디 여러분께 알라의 가호가 있기를! 실은 우리가 탄 이 배는 역풍에 밀려 사흘 전부터 진로를 잃고 대양 한가운데를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운수 사납게도 배는 「쯔그브」들이 사는 산 옆으로 흘러오게 되었습니다』 『쯔그브라고요? 그게 대체 뭐죠?』 승객 중 하나가 물었습니다. 『그것은 원숭이처럼 생긴 인간입니다. 그 요물들의 손에 걸렸다 하면 누구든 살아날 길은 없답니다』 선장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하얗게 질린 얼굴들이 되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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