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처한 전통 식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가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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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극복, 농업이 희망이다]
‘발효 및 가공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 열려…
정부·산업·학계 간 열띤 토론 속 발효식품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 확인

동아일보에서 열린 ‘발효 및 가공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정운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가운데)이 축사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에서 열린 ‘발효 및 가공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정운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가운데)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조사에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여전히 부동의 1,2위이다. 어린이집 급식 등을 통해 어려서부터 전통발효식품에 노출되는 기회를 늘리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산 전통발효식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



“kg당 300원이던 국산 천일염을 브랜드화해 kg당 10만 원으로 키워낸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더욱 많아지길 고대합니다.”(정운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지중해식 다이어트 연구 논문은 수천 편이 넘습니다. 우리도 분발해 전통 발효식품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이해정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고추장아이스크림, 된장파스타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우리 전통 발효식품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계속된다면 시장은 넓어질 것입니다.”(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4월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사 충정로 사옥에서 열린 ‘발효 및 가공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오간 열띤 토론 내용의 일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산업 종사자를 돕고자 ‘주간동아’는 ‘우리 농축산물 널리 알리기’ 캠페인을 개시했다. 캠페인의 첫 행사로 기획된 이 포럼에는 정부와 산업, 학계 전문가가 참석해 전통 발효식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자 관객 없이 진행됐으며, 모든 참석자는 2m 간격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이날 포럼 내용은 주간동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포럼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유튜브 등을 통해 다시보기 할 수 있다.


김치는 항비만 효능, 된장은 당뇨 예방

1세션 발제자로 나선 이해정 교수는 ‘국내 발효가공식품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1인 가구 증가로 200g 이하 소포장 제품이 날로 많아지고 치즈와 요구르트, 막걸리 섭취량이 늘고 있다. 반면 된장, 간장 같은 전통 장류의 소비는 감소 추세. 김치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산 김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국내 농가가 대응해야 할 과제다. 이 교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조사에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여전히 부동의 1, 2위”라며 “어린이집 급식 등을 통해 어려서부터 전통 발효식품을 접하는 기회를 늘리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산 전통 발효식품의 우수성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품시장 전문 조사기관 폴록 커뮤니케이션스는 2020년 보고서에서 발효식품을 슈퍼푸드 1위에 올렸다. 이 보고서는 김치를 요구르트, 케피르(Kefir·양젖 등을 발효한 유제품), 콤부차 등과 함께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꼽았다. 김치에 항비만 효능이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 또한 최근 학계에 된장과 청국장이 당뇨 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소금물은 혈압을 높이지만, 된장의 염분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2세션에서 명욱 교수는 ‘해외 전통주 성공 사례로 본 발효식품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다. 명 교수는 “2만 원인 쌀 10kg을 즉석밥과 떡으로 가공하면 각각 10만 원과 12만5000원이지만, 술로 가공하면 21만3000원으로 그 가치가 배로 커진다”고 언급하고 발효식품으로서 술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자국 농업과 술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명 교수는 “일본은 고구마 품종을 다양하게 개량해 고구마 농업과 고구마소주 산업을 동시에 키워냈으며, 대만은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같은 추운 지역에서만 생산된다’는 고정관념을 뒤엎고 열대과일맛 위스키 카발란(Kavalan)을 성공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국 농업에 기반한 지역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다품종 소량생산해 고급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도 조언했다.


“전통 식품 산업 육성은 주요 정책 과제”

이 포럼에는 이용직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장, 김미옥 충북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장, 문성훈 ㈜오미나라 부사장, 이효재 제이네추럴에프앤비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과장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공무원의 대외 활동을 삼간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전화 연결로 참석했다. 그는 “전통 식품 산업 육성은 농식품부의 주요 정책 과제”라며 “현재 식품명인 인증, 전통 식품 산업대전 개최, 서울 강남역 부근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 발효식품 산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당사자들은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 김미옥 센터장은 “최근 농촌관광을 하려는 농가가 많이 늘었다”며 “정부가 6차산업 사업자 인증제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6차산업 사업자 인증제란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 농산물로 식품 및 가공품을 제조, 판매하거나 농촌 자원을 활용해 체험관광 상품을 운영하는 농업법인 등을 정부가 인증하고 이들을 육성·지원·관리하는 제도다. 국내 최고가 전통주로 유명한 오미자 브랜디 ‘고운달’을 제조·판매하는 오미나라의 문성훈 부사장은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은 원가가 높은데, 세금이 판매가격과 연동되는 종가세(從價稅)이다 보니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농업 육성 차원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에 정책적 배려가 있다면 활로가 보일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국산식품을 수출하고 있는 이효재 대표는 “해외 수출에 앞서 현지에서 상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소규모 농가나 업체의 경우 그 비용이 부담된다”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된다면 케이푸드(K-food)의 해외 진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6월 초 서울광장에서 우리 농산물 알린다

포럼의 축사를 맡은 정운천 의원은 “농업을 식품 산업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4차산업 시대에 농업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아쉽다”며 “이번 포럼이 국내 식품 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문 부사장은 “해외 마케팅 사례를 통해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며 “‘스페셜 에디션’ 제조, 오미자 껍질을 활용한 시즈닝 개발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해정 교수는 “이번 포럼은 각 분야 식품 전문가들의 열정을 확인한 자리”라며 “우리 전통 발효식품의 기능적 우수성을 입증해나간다면 반드시 국내외 소비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일보와 주간동아는 캠페인의 후속 행사로 홈페이지에 지역 농특산물을 소개하는 ‘우리 농산물 널리 알리기’ 코너를 개설하고, 6월 초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제8회 한국축제&여행박람회 K-페스티벌’에도 지역 농특산물 소개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서울 등 수도권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농업이희망이다#코로나극복#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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