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 희망을 가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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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협회
암센터 등 9개 의료기관 손잡고 ‘암 생존자 사회 복귀’ 응원 간담회
치료-업무 병행 암 생존자 등… 855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암생존자들이 심포지엄 후, 이은숙 원장(왼쪽에서 7번째)과 함께 ‘닥터 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에 참여했다. 국립암센터 제공
암생존자들이 심포지엄 후, 이은숙 원장(왼쪽에서 7번째)과 함께 ‘닥터 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에 참여했다. 국립암센터 제공
대한암협회와 국립암센터는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윤일규 의원의 주최로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대한암협회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암 생존자의 건강한 일상 복귀를 응원하는 ‘리셋(Re-SET·Re-Start Energetic Time) 캠페인’의 일환으로 올해는 특히 암 치료 후 경제 활동에 복귀하거나 치료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암 생존자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및 차별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대한암협회 홍보이사인 KBS 오유경 아나운서의 사회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암 생존자들을 포함해 8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과정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암협회가 4월 한 달 간 진행한 ‘암 진단 후 사회복귀 수기 공모전’ 시상식과 대상 수기 발표도 있었다. 유방암 치료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장현주 씨(48)는 대한암협회가 4월 한 달간 진행한 ‘암 진단 후 사회복귀 수기 공모전’에서 희망대상을 수상했다.

대한암협회장이자 서울대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장인 노동영 회장은 “암 생존자들과 더불어 사는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암 생존자들의 상황과 입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암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설문조사 결과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암 생존자들과 소통하는 데 유용한 참고자료로 쓰이길 기대하며 대한암협회에서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암 생존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암 생존자들과 함께 희망 구호를 외치고 암 생존자의 삶을 응원하고 있는 대한암협회 집행이사이자 국립암센터장인 이은숙 원장은 “대한암협회, 윤일규 의원실, 국립암센터가 손잡고 협회가 개최하는 암 생존자 주간 행사를 통해 암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으며 이 행사가 암 생존자들이 희망을 갖고 사회에 복귀하는 데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암 생존자 신체적·정신적 객관적 평가 필요

대한암협회는 9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사회 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암 생존자들이 사회 복귀 중 겪는 어려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암 생존자들은 일터에서 겪는 신체적 어려움으로 불규칙한 몸 상태(69.7%)를 1위로 꼽아 몸에 무리가 안 되는 업무량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암의 재발 등 건강 악화가 염려될 때(81.5%) 사회생활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변해 암 생존자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2017년에 국립암센터가 일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암 생존자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일반 국민 응답자 77.5%가 암 생존자는 기초체력 저하로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답변해 일반 국민이 암 생존자의 신체 능력 저하에 대해 많이 염려하고 있음이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암 생존자의 신체적·정신적인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사회에 복귀하려는 암 생존자들이 합리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암 생존자들을 채용하거나 고용하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도 공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터 내 올바른 응원과 배려 문화 만들어야

암 생존자 4명 중 1명(26.4%)은 암 투병 경험 사실을 일터에 알리지 않을 예정이거나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비공개 결정 이유로는 ‘편견을 우려’(63.7%)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암 생존자의 69.5%는 일터 내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차별 내용으로는 중요 업무 참여, 능력 발휘 기회 상실 등을 꼽았다.

암 생존자들은 일터 내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데 정책적 개선보다 동료의 응원과 배려가 가장 크게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암 생존자들에게 가장 격려가 되는 말은 무엇일까? 일터에서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였다. 반면 불편한 말로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암은 별거 아니죠”였다. 또 “암도 걸렸는데 술, 담배 끊어야지”라며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 대해 간섭 받는 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였다.

대한암협회 이사이자 서울대 암병원 암건강증진센터장인 조비룡 가정의학과 교수는 “내 옆에 동료가 암 생존자인데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암 생존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소통을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어 서로 이해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나 기업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사 직종에 따른 차별, 편견도

종사 직종에 따라서는 기능·노동직에 종사하는 암 생존자들이 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해 치료 후 일터가 바뀌는 비율이 높았다. 또 암 치료에 따른 해고를 경험하는 비율도 높았다.

암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제도적 지원에 대한 답변은 이들의 생애 주기적 특성과 종사 직종 등에 따라 특징이 두드러졌다. 이는 암 경험뿐만 아니라 암 생존자의 다양한 생활여건과 상황적 요인들을 함께 고려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야 함을 시사한다.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인 20, 30대는 ‘교육 등 직업 복귀 준비 프로그램’과 ‘진로상담’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육아, 가사 등 도우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다른 연령 대비 두드러졌다. 직장 내 직책이 높아지고 자녀 양육으로 지출이 많아지는 40대는 치료 기간 동안 고용 보장과 산정특례 기간 연장,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에 대한 응답률이 다른 연령보다 높았다. 50대는 우울과 무기력감이 많아져 운동, 심리치료 등 재활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대한암협회#국립암센터#소생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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