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도 민주적 의사결정 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아프리카들개는 사냥 전 함께 모여 재채기로 사냥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아프리카들개는 사냥 전 함께 모여 재채기로 사냥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사람은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투표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동물도 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동물 세계도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일종의 투표를 통해 무리의 합의를 이끌어 낸다.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투표 방법들이 놀라울 정도로 민주적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동물행동학자인 마르타 만저 스위스 취리히대 진화생물학과 교수는 2010년 미어캣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에 등장하는 ‘티몬’으로 유명한 미어캣은 몽구스과 포유류로 약 30마리가 무리지어 생활한다. 땅속에 구멍을 파 그 속에서 함께 서식한다. 아침이 되면 굴에서 나와 먹이를 찾는데, 이 과정에서 무리가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 투표한다.

미어캣의 투표 방식은 울음소리다. 미어캣 한 마리가 ‘저쪽에 먹이가 있는 것 같아. 이동할래?’라는 울음소리를 내면 거기에 동의하는 미어캣이 따라 울음소리를 내는 식이다. 투표는 민주적으로 이뤄진다. 서열이 높은 미어캣의 울음소리를 무작정 따르지 않는다. 한 마리 한 마리의 의사가 존중된다. 어느 정도 의견이 합치를 이루면 나머지 무리도 모두 그 의견을 따른다.

미어캣의 먹이가 되는 개미도 투표를 한다. 이런 사실은 나이절 프랭크스 영국 브리스틀대 생물학과 교수가 2015년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개미는 더 좋은 거처를 찾아 돌아다니는 방랑자적 특성이 있다. 이사를 갈 후보지를 항상 물색하고 발견한 후보지를 놓고 투표에 부친다.

개미들이 선택하는 투표 방식은 미국의 대선후보를 뽑는 ‘코커스(당원대회)’와 유사하다. 코커스는 제한된 수의 정당 간부나 선거인단이 모여 공직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을 일컫는다. 특정 후보지를 지지하는 개미가 많아지고 그 수가 새로운 거처를 지을 정도가 되는 순간, 개미들은 새 리더를 뽑아 한 번에 이사를 감행한다. 코커스가 끝난 후 공직선거를 위해 정당이 다시 하나로 뭉치는 것처럼 기존 개미집에 남아있던 개미들도 새로운 거처로 자리를 옮긴다.

토머스 실리 미국 코넬대 생물학과 교수는 봄이 되면 월동을 끝낸 꿀벌이 새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표처럼 민주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꿀벌 무리는 ‘정찰병’ 역할을 하는 꿀벌과 한 곳에 머물러 휴식하는 꿀벌 두 부류로 나뉜다. 정찰병 꿀벌들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후보지를 물색한다. 각자 최고의 후보지라고 생각하는 곳을 뽑고 정찰병 꿀벌끼리 내용을 공유한다. 이때 의사소통은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춤을 추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의견을 나눈 후에는 각자 설득에 들어간다. 특정 후보지가 왜 최고인지 몸을 좌우로 흔들어 가며 설명한다. 한 후보지에 대해 정찰병 꿀벌 모두의 동의를 얻으면 전체 꿀벌들은 그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꿀벌 간 갈등을 서로 대화로 푸는 것이다.

아주 특이한 투표 방식을 택한 동물들도 있다. 닐 조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생태과학센터 교수는 2017년 보통 10∼15마리, 많게는 40∼60마리씩 무리 지어 사냥하는 아프리카들개들이 사냥에 나서기 전 모여 사냥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의 투표 방식은 재채기다. 재채기를 하면 사냥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는 “상당수 동물이 무리에 정족수가 채워져야 의사결정을 내리며 각 개체 하나하나가 누구의 의견에 현혹되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린다”며 “동물도 사람에 버금가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동물#꿀벌#아프리카들개#미어캣#민주적#의사결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