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미 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무효로 판결함에 따라 대미 수출기업들이 미국에 낸 관세를 돌려받을 길이 열렸다. 일부 기업이 발빠르게 환급 소송에 돌입한 가운데 주요 대기업들은 미 행정부와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신중한 모습이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미 관세당국(CBP)에 상호관세 환급을 요청할 수 있는 국내 수출기업은 약 6000곳으로 추산된다. 원칙적으로 CBP에 대한 관세 환급 청구권은 미국 소재 수입자에게 있지만 수출자가 물품을 수입국 지정 장소까지 배송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금을 부담하는 ‘관세지급인도조건(DDP)’으로 거래한 경우, 관세를 대납한 한국 수출기업이 직접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관세청은 21일부터 대미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관세 환급 기본 절차와 청구 기한을 즉시 안내하는 등 본격적인 지원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국내 기업은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CBP를 상대로 대납 관세를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요 대기업들은 당장 환급 소송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법적 분쟁이 자칫 현지 사업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새로운 통상 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큐셀 미국 법인과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소장을 제출했다가 즉각 철회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 정부의 관세 이슈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이 즉각 대응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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