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임우선]AI발 ‘정보 전쟁’의 시대에 우리를 지키는 법

  • 동아일보

임우선 뉴욕 특파원
임우선 뉴욕 특파원
이란 상공에 유성우 같은 수많은 미사일이 쏟아져 내린다. 번개처럼 내리꽂힌 극초음속 미사일에서는 버섯 모양의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하얀 천에 싸인 수백 구의 시신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땅 위에 늘어서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던 미국 항공모함은 어뢰를 맞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사막 한가운데 추락한 미군 전투기는 날개가 잘려 있다. 이스라엘의 고층 건물은 검은 연기와 함께 불타고 있다. 군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전쟁을 멈춰 달라고 절규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X, 틱톡,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진 이 영상과 사진들은 모두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콘텐츠였다.

혼돈의 ‘정보 전쟁’ 원년 된 이란전

인류의 전쟁사에서 ‘선전전’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정보 전쟁’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각 진영이 AI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선전물을 이른바 ‘정보 무기’로 활용하면서 전례 없이 ‘진짜 같은 거짓’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번 전쟁은 비(非)전문가도 누구나 무료 AI 도구를 활용해 실감 나는 AI 조작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시대가 열린 뒤 벌어진 첫 번째 전쟁이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들은 올해를 사실상 ‘AI 정보 전쟁의 원년’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콘텐츠들은 매우 정교하고 자극적이다. 또 얼핏 봐서는 거짓을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 속된 말로, 보는 순간 ‘공유’ 버튼을 누르고 싶게 만드는 것이 많다. 이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속보’를 전해야만 하는 언론들에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최근 외신들의 전쟁 관련 보도에서 ‘저희는 이 주장을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었습니다’라는 부연 설명이 계속 붙는 것은 날로 어려워지는 진실 규명의 한계를 반증한다.

거짓과 진실 구별 위해 ‘속도 줄이기’도 필요

전문가들의 가장 큰 걱정은 이 같은 정보 전쟁 과정에서 거짓은 물론 사실마저도 손쉽게 부정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거짓말쟁이의 이득(liar’s dividend)’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사실에 대해서조차 “그거 AI로 만든 거짓이야”라고 주장함으로써 간단히 진실을 폄훼하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예컨대 공습으로 부서진 도시나 사망한 민간인들의 ‘진짜 시신 사진’조차도 적어도 상당 기간은 얼마든지 거짓 혹은 조작으로 몰아갈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은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제각각 믿고 싶은 것을 취사 선택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게 된다. 서로 같은 언어를 쓸지라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불통(不通)의 사회’만 남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 팩트 체킹의 날’이었던 이달 2일, 디지털 허위 정보와 극단주의를 추적하는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는 거짓된 정보 전쟁에 낚이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제시했다.

그중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건 ‘속도 줄이기’였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보는 게시물은 언제나 가짜일 수 있으므로, 바로 공유하지 말고 좀 더 시간을 갖고 진위를 살펴보라는 것이었다.

AI 영상 특유의 시각적 과장이나 인물들의 신체적 부조화는 허위 정보의 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한 믿을 만한 언론 보도가 검색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의심해 봐야 한다. 때로는 이용자들의 댓글 공방을 유심히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누군가는 내가 보지 못한 이상한 점을 발견하거나 원본 출처를 찾는 데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전#정보 전쟁#인공지능#AI 조작 영상#소셜미디어#가짜 콘텐츠#선전전#거짓말쟁이의 이득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