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古稀)의 새해 아침, 감회가 새롭다. 시인은 다섯 임금을 거치며 관료 세계의 격랑을 견뎌 왔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말보다, 그 바람을 맞고도 아직 서 있다는 말이 먼저다. 관습에 따라 새해 아침 연회에서 최연장자에게 돌아오는 막잔은 축원인 동시에 생존 확인이다. 장수(長壽)의 덕담과 가족의 온기가 잔에 함께 돈다. 병을 앓은 뒤 몸을 추스른 사실이 새삼 다시없는 축복처럼 느껴진다. 오래 버틴 시간, 끝내 지켜 낸 무사(無事). 시인은 그것을 ‘행운’이라 부른다. 자랑보다는 조용한 안도에 가깝다.
새해의 기쁨 너머로 유년의 죽마고우가 아스라이 떠오른다. 이 봄을 함께 맞을 얼굴이 드물다는 깨달음이 스친다. 그래서 새해의 덕목은 더 분명해진다. 재물이나 직함보다 몸, 성취보다 무탈, 박수보다 식탁의 온기. 새해의 막잔은, 결국 그 순서를 다시 일깨워 준다. 당 덕종(德宗) 대력에서 무종(武宗) 회창까지는 대략 70년의 간격이 있다.
댓글 0